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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2005년의 문학을 기억한다. '인천'을 연호하던 소리가 커다란 경기장 안을 가득 울려, 뱅뱅뱅 귓가를 돌던 그 소리가 결국엔 하늘 끝까지 치솟아 오를 것 같던 2005년의 문학을 말이다. 그때는 문학의 온 관중이 하나 같았다. 늘 상대팀의 지지자로 그곳을 찾았던 나는, 그래서 문학의 관중을 무서워했고 동시에 그들을 질투했다. 당시의 나는, 성적과 무관하게 경기장을 온통 자신들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채울 수 있는 힘이 오로지 내 팀에게만 있는 줄로 알았다. 그러한 힘이 있기 때문에 나는 내 팀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비록 우승컵을 들지 못해도 늘 내 팀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2005년의 어느 날, 나는 뜻하지 않게 문학에서 또 한 번 그러한 팀을 만나야 했다. 그 해 내가 문학에 발을 들여..
우스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나는 이 영화가 아주 오래된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처럼 아주 오래된 영화 말이다. 그런데 는 1977년작이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 20년이나 늦은 1997년 작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만들어진 지 10년 밖에 되지 않은 영화였던 것이다. 그래서 조금 충격을 받고, 다시 생각해보니 이 영화의 어디에도 옛날 영화 같은 구석이 없었음이 떠올랐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너무나 당연하게, 아주 당연하게 왜 그런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 그런 착각 덕분에 꽤 오랫동안 이 영화를 보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조금 우습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나는 아주 많은 영화들을 그런 식으로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때문에 터무니없게도, 신뢰할 수 없는 ..
넘으면 안 된다고 정해진 구역이 있다. 그 구역으로 들어서면 반칙을 행한 것이 된다. 사람들은 그 규칙을 믿고 따르며, 그 규칙을 깨지 않기 위해 정해진 구역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어느 곳에나 그 구역 안으로 들어서기 위해 규칙을 깨는 이들이 존재하며 그래서 그들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는 한다. 축구를 보고 싶어하는 테헤란의 소녀들. 이 이야기의 중심은 바로 그녀들이다. 이란에서 축구장이라는 것은 금녀의 구역이다. 하지만 달리는 쟌디를 보고 싶은 것은, 카리미와 함께 호흡하고 싶은 것은, 조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은, 비단 남자들만의 희망일 수가 없다. 소녀들은 어느 순간 축구장 안으로 들어가길 희망하게 되었고, 그래서 반칙을 행하게 된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울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 눈물이 쏟아져서 나는 내가 싫었다. 그저 울거나 슬퍼하는 것으로 지나간 그 시간들을 대하기는 싫었던 탓이다. 나는 5.18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어떻게 잊혔는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신파 드라마를 접할 때처럼 펑펑 눈물이나 흘리면서 그 사건을 만나는 것이 어쩐지 죄스러웠다. 하지만, 울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울었던 것은 [화려한 휴가]가 슬펐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5.18이라는, 지금의 나는 아무리 듣고 보아도 쉬이 믿기 힘든 그 사건의 잔인함 때문에 울었고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5.18에 대해 모른다.'라고만 말하며 살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울음은 반성과 각성과 새로운 태도를 가져온 것..
무엇이든 한 가지를 알려면 그것에 대한 모든 것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지난 40년 동안 영화를 만들어 온 우디 앨런이란 감독은 매우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그러니까 류승완이나 스티븐 달드리는 (그들의 데뷔작이 나왔을 때, 내가 그들을 만났기 때문에) 같이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가면 되는 감독이었지만, 우디 앨런은 이미 너무 많은 길을 걸어온 감독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가 걸어온 길을 내다볼 엄두를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1965년에 데뷔작을 내놓았는데, 그 땐 나뿐 아니라 나보다 일곱살 많은 큰 언니도 이 세상에 없었고 생각해보니 막내 삼촌이나 이모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열 다섯 편 정도의 영화를 만들어냈을 때 이 세상에 태어났고, 내가 그를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이미 ..
시간을 달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에게서 돌아섰을 때, 문득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뒤돌아 보았을 때, 그 사람은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내게서 없어졌다. 믿을 수가 없어서, 나는 울며 달음박질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가도 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도 다시 그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고 ,그렇게 그냥 그 사람을 잃었다. 그래서 다시,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시간을 거슬러 한 번만이라도 그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한 번만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웃어주고 싶었다. 잘 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고, 너는 잘 살고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말하지 않았지만 좋아했다고, 만나는 내내 늘 네 생각을 했다고, 아닌 척 굴었던 건 너를 ..
오랜만에, 나다를 찾았다. 어떤 영화가 상영되는지 찾아보지도 않은 것은, 내가 무작정 나다를 좋아하고 무작정 나다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커피를 사들고, 커튼을 열고 들어가, 의자에 앉자마자 만난 는 즐겁고 조금 씁쓸하고 그렇지만 꽤 마음에 들어 또 한 번 나는 무작정 나다를 좋아하고 무작정 나다를 신뢰하게 된다.
우미노 치카의 원작 만화는 매우 뛰어난 작품인데, 영화화된 이 작품은 원작의 10%도 채 담지 못하고 있어, 그저 아오이 유우가 예쁘다는 것 말고는 무엇을 느끼라고 이 영화를 만들었단 말인가. 영화를 다 본 이후에는 그저 한숨만 푹푹 나온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만화를 곧잘 읽었는데, 스무살이 넘으면서부터는 별로 만화를 읽은 적이 없다. 그러다 함께 사는 친구가 이 만화책을 사두었길래 별 생각 없이 집어들었다가 단숨에 그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버렸다. 읽는 동안 혼자서 훌쩍훌쩍거리기도 하고, 인상 깊은 장면들도 꽤나 있어서 다음 날은 바로 영화를 찾아보았건만, 원작을 망쳤다는 생각만 들어서 조금 속상하달까. 핵심을 못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만화 의 핵심, 그것을 못 읽어서 영화 에는 공감이나 감동을 느낄..
나는 어릴 때부터 나쁜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캔디 캔디를 보면서는 테리우스보다 안소니를 좋아했고, 이미라의 만화들을 보면서도 서지원보다는 푸르매를 좋아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도 전쟁의 신 에일레스를 싫어했고 미카엘을 좋아했으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며를 볼 때도 레트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제멋대로이고 무뚝뚝한 주인공들보다는 착하고 얌전한 조연들을 더 좋아했다. 자라는 동안에도 모범생 티가 나는 남자들이 이상형이었고, 지금도 요란스럽게 멋을 내는 사람들보다는 얌전한 인상 착의의 남자가 더 좋다. 그러니까 나는 어릴 때부터 나쁜 남자들보단 착해보이는 남자들 쪽을 더 선호했다. 그러니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잭에게 열광하지 않은 건 너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윌의 팬이 된 ..
영화는 달콤하고 살벌하다. 유쾌하고 엉뚱하다. 재미있고 신선하다. 오랜만에 시나리오의 힘, 이란 것도 느껴본다. 그리고, 최강희는 참 예쁘다.
범죄가 나쁘다는 것도 알겠고,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국가가 용서하는 일이 우습다는 것도 알겠고,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는 것도 알겠고, 설경구와 김남주가 연기를 잘한다는 것도 알겠는데, 그렇다고 이 영화가 마음에 든다거나 재미있다거나 마음에 와닿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역시 영화는 단순히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는 아닌 것이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인생은 무너질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삶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자신감이 두 번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무너졌던 것처럼. 그래도, 그렇게 인생이 무너져도, 사랑이 있을 거라는 희망,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 속에서 모든 게 괜찮아진다면, 그래서 계속해서 살아갈 힘이 생기는 거라면, 사랑이란 것이 놀라운 것이긴 한가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1977)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1980)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1983)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1999)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2002)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2005) 아아아, 드디어 다 봤다! 길고 긴 여정이었는데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끝났다는 아쉬움에 한 번 울어주고 싶을 지경이다.)
그렇게 대단하다는 니노미야의 연기를 보기 위해 드디어 이 영화를 챙겨 보았는데, 아이돌 출신 치고 꽤 괜찮은 연기력이긴 하지만 다른 연기자들과 비교를 했을 땐 그냥 그런 수준이 아닌가- 라고 생각을 해본다. 니노미야는 아라시 멤버 중 가장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미남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아아- 말라도 너무 말랐구나. 역시 준의 매력은 따라갈 수 없는 건지도. 그리고 같은 반 여학생, 마츠우라 아야라는 걸 나중에야 눈치챘는데 이 아가씨도 이게 스크린 데뷔작인 것 치고는 꽤 괜찮은 연기력. 스즈키 안도 나쁘지 않아서 아이돌들이 꾸며낸 영화라고는 별로 생각되지 않았다 랄까. 어쨌건 스토리는 참 좋았는데, 영화로서는 뭔가 허전하다. 흠흠흠. 책으로 한 번 읽어볼까나.
세상에는 잠자리를 같이 하기 전의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한 후의 여자가 존재한다. 그들이 같은 얼굴, 같은 모습, 같은 목소리를 하고 있어도 그들은 분명히 다른 여자다. 여자들이 그 사실을 믿든 그렇지 않든 남자들에게는 그러하다고 홍상수는 지금 말하고 있는 거라고, 나는 이해한다.
이 영화가 그렇게 슬픈가. 사람들이 다들 신파임에도 불구하고, 익숙하고 뻔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말하는데. 그래서 눈물이 났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냥 좀 민망하고 낯뜨거웠는 걸. 나는 영화 보면 정말로 잘 우는데, 신파든 뭐든 슬프면 펑펑 우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눈물 한 방울 안 났어. 그냥 좀 민망하고 낯뜨거웠어. (게다가 강동원으로 하여금 살인을 저지르게 만든 병든 부인은 어떻게 된 거지? 그 부인을 살리려고 하다가 사형수가 되었으면서 그 새 이나영을 사랑하게 되다니! 라고 생각한다면, 난 너무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는 걸까;) 어쨌건, 이런 것 별로 재미없구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현실로 뛰어들 용기가 없다는 것. 사랑이 꿈처럼 되지 않는 이유는 꿈만 꾸는 사랑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 이후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에 대한 찬사가 쏟아질 때도 나는 이 배우가 멋지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을 본 이후엔 이 배우가 좋아졌다. 연약하고 소심하며 겁을 집어먹은 표정 같은 것. 나, 언제부턴가 그런 표정을 안쓰러워하게 된 것일까. 은 지난해 내 최고의 영화였기에, 미셸 공드리의 다음 작품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영화를 보기로 약속하면 뭔가 꼭 일이 생겨서 지금까지 이 영화를 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야 드디어 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본 후의 소감을 짧게 말하자면 많이 웃으며 꽤 즐거워하면서 본 것은 사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