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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풍기가 홈런 치고 들어오자, 자기가 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고민지. 내가 좋아하는 풍기를 네가 잘 따르는 걸 보니 나도 기쁘긴 하다만, 너무 그렇게 대놓고 좋아하지마. 그래봤자 너도 풍기 어장에서 노는 수많은 물고기 중 한 마리일 뿐일 텐데. 봄에는 분명히 우리 8위도 했는데, 7월, 8월, 두 달 지나고 나니 어느덧 3위다. 7월 1일에 여섯 게임 차가 나던 LG를 7월 30일에 공동 4위로 따라잡았고 8월 1일에 7게임 반 차 나던 2위 기아를 어제 결국 4위로 떨어뜨려 놓았다. 타자들은 대충 쳐도 안타, 좀 제대로 휘두르면 홈런이요, 투수들은 QS가 제일 쉬웠어요~ 모드로 공을 던지니 요즘 같아선 야구가 너무 쉽다. 야구가 쉬워. 이렇게 쉬운 야구를 왜 다른 팀들은 잘하지 못하는 걸까? 물론 설..
거의 모든 것이 너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 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그 많던 것들이 의미를 잃는다.
"모든 기도는 아무리 우스꽝스러운 것을 기원한다고 해도 한없이 숭고하고 순수하다. 매일같이 빌기를 거르지 않으면 죽은 나무에도 꽃이 피는 것이 기도의 힘이다." 여행이 가고 싶어서, 여행책을 읽는다. 아니, 여행이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하니까 여행책을 읽는다. 예전에는 이런 책들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책들로 마음을 달랜다. 사실 아주 마음에 드는 여행책을 본 적은 거의 없다.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것은 한비야의 책 정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빌 브라이슨. 그리고 그 후로는 늘 고만고만하다고 느꼈으면서도 또 여행책을 읽고 있다. 그런 점으로 보아, 요즘 난 또 여행이 무척 가고 싶은 것 같다. 어쨌든, 다음 여행은 어디가 좋을까 생각을 하다가 동유럽을 떠올린 참이었다...
축구를 보다가 문득, 이게 다 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경기에서 이기면 뭘 하고 지면 또 뭘 한단 말인가. 간절한 마음은 사라졌고 그들의 승리가 나의 승리처럼 여겨지던 마음도 사라졌다. 그러니까 축구든 야구든, 그건 그냥 다 심심풀이로 하는 놀이일 뿐이라는 걸 이제 알겠다.
열네 살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더라. 네가 돌아간 다음에 나는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 고민이 많았을 것이고, 슬펐을 것이고,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과 그리 다를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열네 살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도 나는 너를 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하긴 우리가 같은 열네 살이라 해도 어떻게 내가 타인을, 또는 타인이 무슨 수로 나를, 100% 다 이해할 수 있겠냐마는. 예전엔 그런 생각을 했다. 모든 아이들이 다 살갑게 군다 해도 이 아이만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우리는 우스개소리로 설마, 그럴리가, 따위의 말들을 늘어놓았고 그러니까 나는 훨씬 더 쉽게 마지막을 생각했다. 하지만 문자 한 통에 매번 나를 만나러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너를..
5승 가는 건 진짜 힘들었는데, 6승까지는 금세 왔다. 고민지 생각하면 만날 기아하고만 경기하면 좋겠네. 기아 상대로 방어율 0이라는 실로 놀라운 기록은 깨졌지만, 그래도 어제 경기 보니까 여전히 호랑이 사냥꾼이더라. 난 역시 고민지가 가지고 있는 칠 테면 쳐봐라- 는 느낌의 배짱이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자신감 있게 가자. 그리고 이틀 연속으로 터진 타수들의 방망이에, 이제 안 터질 때가 됐다 싶어 걱정이 많을 장민지. 실점을 0점으로 막아버리면 어떻게든 우리가 이기지 않겠니. 네 등판날인데 풍기가 일 안 하니 걱정이 더 많겠지만 이번엔 풍기를 위해 네가 제대로 일하자. 풍기 생일 기념, 10승 챙기기. 화이팅이다, 장민지. 그리고, 생일 축하해. 알고 보니, 내가 매우 좋아하는 날에 태어난 강민호...
중국에서 들어와 며칠 우리집에 묵고 있던 큰 언니가, 가만히 내 책장을 보고 있더니, 갑자기 "저렇게 많은 책을 다 읽었어?" 하고 묻는다. 그리 많은 책도 아니지만, 어쨌든 새삼스러운 질문이라 대답도 않고 쳐다 보았더니, "저렇게 많은 게 머리속에 있다니, 네 머리속은 참 복잡하겠다." 라는 것이 이어지는 언니의 말이다. 큰언니는, 작은언니가 사회성이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책속에만 빠져 살아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큰언니가 다독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올해 들어서야 처음 알았다. 사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런 사람들조차도 독서는 권장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독서가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그것이 삶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끌고 갈..
많은 생각들을 했다. 기대한 만큼 걱정하거나 염려했다. 하지만 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는 것이 진실에 가장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소름끼치게 무섭다는 것을 네가 이해할 수 있을까? 가끔은 이렇게 잘 살고 있는 내가 이상하다. 이제와서는 조금도 구차하게 굴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한때는 너의 마음을 믿었고 그러니까 내가 어디로 숨더라도 너는 나를 찾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그냥 웃어넘긴다. 누가 먼저 돌아서고 누가 버리고 누가 믿음을 저버리느냐 하는 것이 실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겠다. 그저 나는 가끔씩 내 마음이 안쓰럽다. 네가 몰라준다면 아무도 알 수 없는 마음.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 그런 마음이 있었다는 건 어떻게 기..
40일 만에 승 거둔 날, 그런데도 또 죽도록 욕 먹고 있는 고민지. 난 모르겠다. 정신력이니 뭐니, 그런 건 쉽게 알아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각이 잦다면 안 그래야 하고, 상동 탈출도 안 하는 게 맞다고 보지만 그건 또 네가 알아서 할 문제. 난 그냥 3점 먼저 내주고 경기 시작하는 그 습관이나 좀 없앴으면 좋겠다. 어쨌든 이기니까 좋구나. 마지막에나마 타격 지원 해준 형들한테 고마워 하도록. 다음주는 기아전이니까 바로 6승 가자. 장민지도 어서 10승 투수 되도록.
01. 꼴찌를 해도 최선을 다하면 폼난다.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도 멋있다. 하지만 어쨌든 벼락치기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최선을 다해도 벼락치기는 벼락치기일 뿐이다. 무한도전 조정 특집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 02. 좋아하는 햇님달님.
아기갈매기라는 애칭은 이 짤에서 생겨난 것인가? 그래도 그렇지. 아기갈매기라니, 정말 남사스러운 애칭이야. 그래, 네가 (키는 그렇다 치더라도) 체중이 무려 80kg가 넘던데 아기는 무슨 아기. 다행이야. 내가 고밍지를 90년생이란 이유만으로 baby라고 부르지 않아서. 내가 좋아하는 풍기와의 투샷. 화요일 넥센전에서 선발이려나? 그렇다면 심수창과 붙는 건가!? 아, 정말 심수창 좀 안됐긴 한데 그래도 우리가 질 수는 없어. 게다가 고밍지도 나름 승이 급하거든. 그러니 심수창아, 우리랑 경기할 때 나오지를 말든가. 나올 거면 이왕 연패한 거(...) 그냥 19연패까지 하고 그 뒤로 쭉 이기면 안 되겠니??? 이러니까 정말 투수 같다! 멋져요. 고원준 투수님. 여기서 잠깐 보고 넘어가는 넥센 원준. 샤방샤..
"맥, 언제나 두려움이 지배하는 미래에 대한 당신의 상상 속에서 내가 함께한 적은 거의 없어요. 알고 있었나요?" 맥은 또다시 생각해보았다. 사실이었다. 상상 속에서 그의 미래는 완전히 무서운 곳은 아니더라도 대개 우울하고 절망적인 편이었다. 미래에 대한 그의 상상 속에 늘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예수의 말은 사실이었다. "대채 내가 왜 그랬던 거죠?" "당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통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까요. 당신은 미래를 통제할 수 없어요. 미래란 실제가 아니며 또한 실재하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은 스스로 하나님 흉내를 내면서 당신이 두려워하는 악이 실제로 존재하게 될 거라고 상상해요. 그리고는 두려움을 피하기 위한 계획을 짜고 있죠." "하지만 왜 나는 내 삶에 대해 두려워할까요?" "..
누군가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또 누군가는 그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 내 생각이 틀릴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김형일이나 고창현도 좋아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무작정 믿었던 이름들이 또 따로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들에 대해서는 늘 너그럽게 굴었고, 또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그래서 슬펐던 것이다. 하필이면 그 이름이 거기에 있어서. 차라리 이런저런 다른 이름들이었다면 조금 놀라고 말았을 텐데. 하필이면 그 이름이 그곳에 있어서, 나는 슬펐고, 한동안은 내가 뭔가를 잘못 안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국가대표급이었으며, 자주 팀을 옮겼고, 현재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모선수'라는 설명을 보았을 때 나는 단박에 권집을 떠올렸다. 잔디 위에 ..
고민지가 한 게임에 볼넷 여섯 개를 던지자, 이에 지지 않겠다는 듯 장민지는 일곱 개를 던지네. 쌍민지가 아주 난리가 났다. 잘 하자는 내 응원은 어디로 들은 거니? 원래 에이스란 연승은 이어가고 연패를 끊어주는 존재인 건데, 어쩌자고 우리 에이스는 연승을 툭 잘라먹는지. 그래, 실은 난 오늘 장민지가 폭탄을 껴안을 줄 알고는 있었다. 그렇다해도 그렇게 주구장창 볼만 던져댈 줄은 차마 몰랐지. 미친 듯 폭발하던 타선도 침묵을 지키고, 그렇게 드디어 연승이 끝났다. 그래서 이제 안 불안하냐고? 안 불안하긴! 삼성한테 스윕 당할까봐 불안해 죽겠다. 또 5위로 떨어질까봐 어제보다 더 불안해졌다! 스포츠 팬으로 산다는 건 이렇게 늘 불안한 일이었다. 그런데 난 왜 평생을 스포츠를 보면서 살고 있는 걸까.
6연승이다. 지금부터 투수들은 폭탄 게임을 하는 것이다. 누가 이 연승을 끊을까. 이 연승은 언제, 어디서 끝이 날까? 그러니까 연승이라는 것이 이렇게 불안한 거였구나. 언젠가는 분명히 진다. 그런데 그게 내일일까? 아니면 그 다음날? 나는 계속 이기면 마냥 좋기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게 아니었어. 연승은 불안한 거다. 더욱이, 투수를 좋아하는 야구팬에게는 말이다. 오늘도 아섭인 정말 잘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완벽한 손아섭. 뭘 해도 아섭이가 있으면 믿음이 간다. 이런 애가 우리 새끼라니, 우쭈쭈 해야 하는데. 정작 우쭈쭈는 딴 애한테 하게 되지. 원래 그런 거다. 마냥 믿음이 가는 애는 입이 닳도록 칭찬은 해도 마음이 쓰이지는 않는다.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건 준우. 비록 오늘 ..
보고 또 봐도, 청이의 만루포는 소름 돋는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청이 조금 아껴요. 사실 전혀 기대 안 했는데 그 순간에 만루 홈런 날려줘서 어찌나 고맙던지. 두 팔 번쩍 들 때에, 난 청이 등에 날개 돋는 줄 알았지 뭐니. 수고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청아. 물론 난 네가 조금만 더 빨리 만루포를 날려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한다만, 그게 어디 네 탓이겠니. 한 경기에 볼넷을 여섯 개나 내주면서 이닝마다 타자들 모아놓고 사람 한숨 나오게 만든 고퐁퐁 탓이지. 그러니까 고원준. 투수가 일단 공을 잘 던져야 귀여운 것도 귀여운 거고 이쁜 것도 이쁜 거지. 공을 그딴 식으로 던지는데 무슨 수로 귀엽고 무슨 수로 이쁘겠어.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 마음에 들어한 거지, 귀염성 있게 생겼다고 좋았던 ..
나 없이는 못 산다고 해놓고, 거짓말쟁이 같으니.
01. 드디어 4위구나. 치고 치고 또 치니 4위를 하네. 어떻게 어떻게 4위까지 왔다. 다음주엔 더 잘하자. 02. 그나저나, 우리 풍기, 아픈 건 괜찮겠지? 삼진-삼진-삼진에 겨우 볼넷 하나로 출루해도 나는 풍기가 좋다. 그러니까 아프지 말아야지. 강민호는 우리의 보물 아니니. 문리바 얼굴도 괜찮은 거겠지? 나흘 연이어 등판한 사유리와 천사님 모두 수고하셨어요. (나는 사유리, 그래도 존대 써도 되는 연배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나 언제 이렇게 늙은 걸까.) 투런 날린 준우, 탑 닮은 아섭이, 니네가 오늘은 진정한 MVP. 요즘 아주 정이 가는 청이. 그리고 되살아난 우리 돼지도, 다 너무 예쁘다. 03. 화요일엔 민지가 나오겠지? 아아아. 경기 보고 싶을 거야. 장민지 9승했으니 고민지도 5승 하..
3년전 고원준. 우리 막내 투수님께서 무려 북일고 4번 타자였던 시절. 백넘버도 아름답게 18번이었다. 저때는 아주 날씬했구나. 하긴 넥센원준도 나름 날씬했는데, 왜 우리팀에만 오면 살이 찌는 거지? 살빼자, 원준아. 남녀노소 불문하고 살쪄서 이쁜 인간은 아무도 없단다.
내일은 비가 올 거야. 난 사실은 탄천에 가기 싫어. 일 끝나면 집에 와서 무한도전이나 봤으면 좋겠어. 그런데도 나는 탄천에 가게 될 거야. 습관인지, 의무감인지, 그건 잘 모르겠어. 그냥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나는 생각대로 움직이겠지. 회사에서 탄천으로 가려면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야 하고, 탄천에서 집으로 오려면 지하철을 네 번이나 갈아타야 해. 아무리 편한 신발을 신고 나가도 난 녹초가 되어서 돌아오겠지. 생각만 해도 귀찮고 피곤해. 난 이제 축구 같은 것, 별로 재밌지도 않은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난 내일 탄천에 가게 될 거야. 그러니까 샤프, 내일도 내 앞에서 골을 넣어줘. 있잖아. K리그에서 100골 50도움을 달성한 사람은 딱 한 명뿐이래. 그러니까 샤프가 100골 50도움을 달성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