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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01. 숙제를 하려고 앉았다가, 사서 고생이다, 라고 혼잣말을 한다. 정말로 이런 것, 사서 고생이다. 아는데, 다 아는데, 나는 왜 이런 것, 그만두지 않는 걸까. 02. 김어준이 말하는, 종자가 다르다는 게 뭔지 알겠다. 03. 이것이 끝나고 나면, 나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
01. 김어준은 '아, 씨바'라고 하는 것을 안철수는 '많이 나쁘다.'라고 한다. 김어준보다 안철수를 더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철수씨는 정말로 사랑스러운 남자다. 02. 노통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슬프다기보다도 고통스럽다. 그렇다면 그냥 울거나 괴로워하면 되는데, 어째서 나는 늘 나에게 울 권리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일까. 03. 만약에 끝끝내 결과가 없다면, 어째서 과정이 중요한 것일까. 04. "오늘은 나도 피곤해." "그럼 그냥 일찍 끝내죠. 서로 피곤하니까." 협상을 하려고 드는 너는 귀엽다. 하지만 난 협상 같은 게 안 통하는 여자. 살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나에게는 독재자 기질이 있다. 05. 을 읽어야 한다. 를 다시 읽고 싶다. 사랑스러운 철수씨의 책들을 좀 읽어야겠..
예전에, 삼순이도 한 말이지만, 추억은 정말로 아무런 힘도 없다. 물론 그립고 애틋하고 그래서 사는 동안 때때로 가슴이 따뜻해지거나 그 덕분에 삶이 더 의미있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과거의 추억이 현재에서 발휘할 수 있는 힘 같은 것은 없다. 그건 그냥 과거다. 좋았든 나빴든 이미 끝난 것. 끝. 응. 끝났어. 그러니까 추억을 빌미로 삼아 나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걸 알기 때문에 그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고, 그걸 몰라서 바보처럼 구느라 좋은 추억마저 망치고 마는 A같은 사람도 있고, 그리고 그걸 모르는 데도 본능적으로 모든 걸 다 깨끗하게 정리한 너 같은 사람도 있다. 누가 제일 인간적이냐, 누가 제일 솔직하냐, 누가 제일 좋은 사람이냐, 뭐 그런 건 각..
나는 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무슨 일이 있었든, 어떤 감정을 느끼든, 진실이 무엇이든, 누가 잘못을 했고 그래서 누가 억울하고 누가 속상하든, 나는 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대선 정도면 명실상부한 메가 트렌드라고. 5년에 한 번 대중의 마음이 국가적으로 움직이는 거니까.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느냐를 이 관점에서 예측할 수 있다는 거지. 5년간 대통령 하면, 그게 누구든, 어떤 방식으로든, 때론 그의 장점조차, 사람을 피로하게 만드는 부분이 반드시 있거든. 그로 인한 피로감, 그리고 그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을 메우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고. 그렇게 이명박이 결여한 부분. 사사롭고, 약속 안 지키고, 말 뒤집고, 거짓말하고, 이권만 챙기고, 자기들만 해먹고, 그래서 이명박이 피로하게 만드는 부분, 겁나고 자조하고 자괴하고 비루하게 만드는 그 부분에 지쳐서 이제 사람들은 이명박이 아닌 것의 합집합을 찾고 있는데, 바로 그 지점을 선점한 게 박근혜야. 최근까지는 선점 ..
"나쁜 일이 좀처럼 안 떨어지면 그냥 계속 끌어안고 있으면 돼요. 그러면 오셀로의 말이 뒤집혔듯 반전할 때가 오지요." 다섯 편의 연작 소설. 그 중에서 네 번째는 나를 울고 싶게 하고, 다섯 번째는 아주 훌륭해. 오랜만에 읽어들 보라고 추천하는 소설.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
요즘은, 세상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음, 그러니까, 요즘의 나는, 패배자.
가끔 하던 대로, 책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은 몸에 좋은 음식이다. 조미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무염분의, 첫 맛은 싱겁지만 음미할수록 깊은 맛이 느껴지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자극적이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날 문득 다시 먹고 싶어질. 를 쓴 작가와 같은 작가의 작품이란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이것은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아니다. 그저 공통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어찌 보면 작가가 자신보다 작품을 전면에 내세울 줄 안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난 보다 이 더 좋았다. 만약 두 달 반 안에 내가 보다 더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난다면, 그 책이 2011년 내 최고의 책이 될 것이다.
나는 사람이 변한다는 걸 믿지 못한다.
썩어도 준치라고 했다. 결국 SK가 올라올 줄 알고 있었다. 그리고 SK는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온 이상, 정말 우승까지 해버릴지도 모른다. 아무리 인예가 없다지만, 어쨌든 SK는 SK 아닌가. 그래서 이제 어쩐담. 기아는 잘할 때도 그다지 무섭지 않았지만, SK는 추락할 때조차도 무서웠는데. 끝도 없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SK의 불펜을 상대로 과연 우리 빠따들이 잘해낼 수 있을까. 아니, 것보다 우리 불펜은 어쩌지?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어디 불펜만 걱정인가. 추워지면 힘 못쓰는 다우와, 가을 야구엔 쥐약인 송추석이 우리 선발. 그러니 고작 장민지 하나 믿고서 우리는 SK를 만나야 하는 것이다. 2데로 패넌트레이스를 마치면 행복할 줄 알았지.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SK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불행해지는..
나는 간달프처럼 다시 살아나서, 짜자잔- 하고 나타나야지. 나는야 백색의 마법사. 아무도 몰랐겠지만, 나는 마법사.
나쁘진 않지만, 어쨌든 어리석다.
별일 아니라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 어쩌면 그 모든 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나도 우스개 소리나 하면서 웃고 있는 것이다. 농담을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러다가도 문득 궁금해진다. 어째서 너는 나를 꼭 버리고 가야 하는 것일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자리에 있고 싶은데 너는 왜 나를 꼭 모른 체 하고 가야하는 것일까.
01. 꿈 속에서, 신발을 잃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 신발이다. 어디 있나 싶어 한참을 찾았는데, 어떤 아저씨가 내 신발을 신고 갔다고 어떤 아주머니들께서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아저씨를 찾았다. 아저씨 발에는 내 신발이 신겨 있었다. "아저씨, 그 신발 제꺼예요. 얼른 주세요." 그래서 아저씨가 그 신발을 주었는지 아니 주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02. 어깨에 손을 두르는가 싶더니 나를 꼭 안아주었다. 나는 설레거나 기쁘다기보다도 왠지 슬펐다. 내 마음을 네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네 마음을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03. 아침에 눈을 뜨니 빨간 쟈켓이 도착했다. 기온이 다시 내려간다고 하니까, 빨간 쟈켓을 입고 출근해야겠다.
어쨌든, 실제로는 괜찮지 않다 하더라도, 언젠가 괜찮아지기는 하겠지. 그렇다면 그냥, 괜찮은 척 하면서 버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바람이 좋아서, 일분일초가 아깝다. 이 계절은 오래 가지 않겠지. 잠깐 잊고 돌아서 있으면 어느 새 끝나있겠지. 좋았던 시간도 그러지 않았니. 언젠가 끝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끝날 줄은 몰랐던 것처럼. 이 계절도 그러할 거야. 분명히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면 이 계절은 오지도 않았던 것처럼 저 멀리 가 버리고 없을 거야. 그러니 난 요즘, 일분일초가 아깝다. 일분일초도 너무 아깝다.
비겁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온 주제에, 그래도 네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어서, 네가 잘못한 일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생각해내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바보가 되는 것보다는 네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거다.
찬 바람이 분다. 그래서 두근두근. 찬 바람이 부는데도 설레지 않는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까? 난 죄다 꺼져버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을이 온 날, 너도 왔다.
봄/ 오규원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 집 개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롭다. 자 봐라, 꽃 피고 싶은 놈 꽃 피고,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 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던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언제더라. 한동안, 늘 그랬듯, 그 날도 문규현이 결정적인 안타를 쳤지. 순간 기쁜 마음에, 문규현의 이름을 외치고 싶었는데 도무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리바! 달님! 문대호! 까지 다 생각났는데, 정작 문규현은 생각이 안 나서 혼자 웃었지. 올해 우리 타자들 중에선 아섭이가 정말 훌륭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유난히 흐뭇하게 만든 것은 '조선의 9번 타자' 우리들의 문규현. 문규현은 진정한 야구 미남이야. 나는 이렇게 웃고 있는 달님이 참으로 좋구나. '황재균+멍청이'의 조합으로 '황청이'라 불리는 우리들의 청이. 고원준에게선 아직도 넥센의 흔적이 느껴지는데, 그보다 고작 반년쯤 먼저 '우리꺼'가 된 황재균은 처음부터 롯데 선수였던 것만 같아. 트레이드 발표되자마자 랄랄랄 어깨춤을 추면서 부산으로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