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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크리스마스 아침. 카파도키아의 하늘 위를 날고 있을 때, 미남 조종사 재키가 갑자기 물었다. "Are you happy?" 하지만 나는 내가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은지 알지 못해서, 그냥 웃었다.
피곤한 하루 하루. 잘 지내고 계신가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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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너무나 추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온 집안에 온기가 가득한 것 같았다. 집 한 칸이, 인간에게 이토록 놀라운 행복을 준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이렇게 추운 때에,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amen. 모두에게 돌아갈 따뜻한 방 한 칸 정도는 있는 세상이라면 참으로 좋겠다. 02. 레 미제라블은, 어느 정도 산만한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서 다소간은 조잡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이건 나름 내 기준에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어두운 거리에서, 혼자 비를 맞으며, 자신은 상상 속에서 살아왔음을 고백하던 에포닌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리고 아, 그렇지. 프랑스 혁명이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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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타튀르크 공항으로 가면서, 한국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을, 한없이 친절하던 터키쉬들에 대해 생각했다. 리틀 아야 소피아를 찾기 위해 지도를 펼쳐 놓고 앉아있으려니, 도움을 몇 번이나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곁을 서성이던 청년이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여기저기서 인사를 해오는 터키쉬들의 친절에 그 날따라 조금 지쳐 있던 나는, "나는 길을 잃은 게 아니야." 라고 단호하게 말을 했음에도, "Yes. not yet." 이라고 청년은 항변했다. 그 말에 결국 웃음을 터트리자, "여기는 큰 도시야. 너는 길을 헤맬 거고. 나는 다른 뜻은 없어. 걱정하지마. 그냥 도와주고 싶은 것뿐이야." 라고 애원하듯 길을 알려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헤매지 않고 리틀 아야소피아를 찾아갈..
12월 13일, 조금 더 이르게 투표를 했다. 한참 추웠던 겨울 아침, 한참 바쁜 출근 전 시간에, 투표를 하기 위해 구청에 다녀왔다. 나에게는 벌써 세 번째 대선이다. 그 동안 이렇게까지 간절했던 적도 없었고, 이렇게 단단한 마음으로 희망을 믿었던 적도 없었다. 나에게 문재인은, 생각하면 여전히 슬픈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는, 문재인의 국민이 되어, 문재인과 함께 조금 더 공정한 대한민국을 꿈꿔보고 싶다. 그런 간절한 마음을 품은 채, 오늘 나는 이스탄불로 간다. 좋은 날을, 대한민국에서 함께 맞이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다시 서울로 돌아왔을 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할 5년을,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01. 통진당 사태는, 분명히 나를 절망케 한 구석이 있다. 결국 유시민이 이런 모습으로 머무르는 게, 나는 마음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이정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이정희가, 도를 넘어섰다고 말하지만, 그래서 그 자리에 이정희가 없었다면 제대로 된 토론이 되었을까. 좀 더 평화로운 토론은 되었을지 모르지만, 사실 이정희가 말한 것이 진실 아닌가. 내 마음 속에도, 이정희가 했던 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유신의 퍼스트레이디였던 네가, 평생 노동이란 건 단 한 번도 해보지 않고, 뺏거나 얻은 장물로 호의호식하면서 살았던 네가, 어떻게 다른 이의 부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쇄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야기한단 말인가. 그런 말들이 내 마음..
01.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생각할 시간도 없을 만큼, 정신없이 바쁘게 살도록 만드는 것이다. 02. 그러고보니, 오늘 하하가 결혼을 한다. 무한도전을 너무 오랫동안 좋아해와서, 이제 하하랑 홍철이는 정말로 내 친구 같다.
01. 꿈에서, 내가, 내 팔을 뚝뚝 뽑았다. 뽑고 나서 생각하니 좀 이상해서, 거울 앞에 섰다. 다행히 남아있는 팔이 두 개 있긴 했는데 아주 길고 굽은, 보기 흉한 팔이었다. 그런 팔을 하고 서서, 방금 뽑은 내 팔을 다시 붙일 수 있긴 한 걸까- 하고 고민하는 새 잠이 깼다. 02. 의미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한때는 중요한 게 많았는데, 요즘은 무엇도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03. 내 마음 가는 대로 사느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나는 나쁜 사람일까? 04. 누군가 나를, 너무 좋아하면, 왠지 불편해진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노통의 노래가 생각났다. 그래서 오랜만에, 잠시 울었다.
12월 17일. 드디어, 콘스탄티노플행 비행기를 탄다.
자아가 고갈된 상태에서는, 상상력을 발휘할 힘이 없다.
죽는 일이 무서운 것 보니, 아직 죽을 때가 아닌가보다. 죽을 게 아니라면, 열심히 사는 게 낫겠다.
조용하고 로맨틱한, 서재 같은 집으로 보이겠지만. 실은, 어둡고 박쥐가 나오는, 구석에 혼자 웅크린 채 울고 있는 어린아이의 집.
잃어버린 후에는 언제나, 곧 되찾을 수 있겠지 생각을 했다. 딱 한 가지만은 잃어버리자마자, 다시는 되찾을 수 없겠구나, 하고 깨달았다. 지치지도 않고 잠을 자면서, 뭔가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때는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모네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딱히, 좋아한다,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모네의 그림은, 좋다. 최고의 작품은 물론, 이지만. 꼭 그 작품이 아니더라도, 정물화는 별로 감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너무 예뻐서 감탄사를 터트리게 했던, . . . 파리에 가고 싶구나.
다행히도, 롯데 자이언츠를, 대전 시티즌 만큼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만약, 롯데를 대전 만큼이나 좋아했다면, 나는 너무 슬퍼서 견디기 힘들었겠지. 처음부터, 두산은 무섭지 않았지만 SK는 조금 무서웠어. 오히려 삼성이라면 헛된 꿈이라도 꾸었겠지만, 나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언제나 SK라서. 그래서 꿈꾸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바보들이, 고작 선발 투수 2명 데리고, 어떻게 어떻게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끌고 가서. 어쩌면 이번엔, 하늘이 우리편을 들어주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살짝, 또 다시,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 그건 뭐, 다 내 잘못이지만. 그냥, 너무 허탈한 건, 그렇게, 그런 식으로 지지는 않았어야 했는데. 므찌나, 일년 동안 참 고생 많았어. 지난해만 해도 그렇게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다면, 그 또한 내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