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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꿈에 네가 보인다.
나에게는 차가운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선 타인의 마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다니. 먼저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실은 늘 이기적으로 굴었다는 것. 진심으로 걱정한 적이 많지 않았다는 것. 내가 늘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위선보다는 위악이 낫다. 적어도 사는 것은 좀 더 편하다는 말이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히면 괴로워진다. 준 만큼 돌려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내가 A라고 말했을 때 누군가는 B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A라고 답하고 누군가는 못 들은 체 한다. 그 순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모두 다 기질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나는 결코 인간이 이기적으로 구는 것을 두고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이기적이면서 이기적이지 않은 체 하는 것을 나쁘다고 ..
아프지 말어. 얼른 나아. 라고 말하려다가, 이 모든 말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 혼자서 떠도는 말. 어떤 곳에도 머물지 못하는 말. 나는 말 한 마디에 인상을 찡긋하고, 내내 심술난 아이처럼 침묵으로 칭얼하는, 이렇게 변덕스럽고 이렇게 철이 없는데 여전히 나를 좋은 사람- 이라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놀라운지. 그래서 목이 메었다. 그래서 울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 나는 이렇게 비겁하게 구는데. 다정한 것이야 기질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따뜻함은 진심에서만 비롯된다. 예전엔 그 다정함이 따뜻한 것인 줄 알았다. 이제는 습관만으로도 충분히 다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위로. 조금도 따뜻하지 않은 미소. 용기..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몰라. 알아낼 수가 없어. 그런 것들을 생각했다. 직장인처럼 살기. 하지만 난 가끔 내 진심을 의심한다. 나는 정말 이것을 원하는 것일까? 어째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그런데도 때로는, 무언가 아주 간절하게 느껴진다. 나는 그 순간 평생을 걸어도- 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평생을 걸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데. 만약 그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고 누가 말해준다면, 그렇다면 나는 '알았어.'라고 말하고 돌아설 수 있는 걸까. 어떤 것들은 놓았고, 어떤 것들은 잃었고, 어떤 것들은 버렸고, 어떤 것들은 포기했지만, 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그럴 수 있다는..
01. 부디 내가 이 모든 일에, 어른스럽게 대처할 수 있기를. 02. 따뜻하지 않은 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위로.
01. 아빠는 어떻게 내가,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그래서 결혼을 해서 가정이라는 것을 꾸미고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내가 아무것도 보지 못했거나 그 모든 것을 잊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02. 커피와 담배. 2년 6개월만인데도 바로 어제 만난 것 같은 기억. 03. 삶은 또 내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는 또 이 자리에 서서, 그냥 휩쓸리고 말 것 같은 느낌이다. 04. 코모 호수. 주머니에 담긴 돌맹이. 05.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일까.
삶이 또 어디론가 말도 없이 흘러가는 소리.
01. 결정했다. 마드리드. 그라나다. 론다. 말라가. 프리힐리아나. 세비야. 리스본. 모스크바. 상트페테부르크. 02. 내가 그 시간을 잊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남는다고 생각한다. 관계를 이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시간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03. 다시, 공부하는 게 귀찮아졌다. 한동안은 꽤 재미있다고 생각했건만. 04. 글쓰기. 그것으로서만이 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는지. 05. 손부터 늙는다. 요즘은 습관처럼 손등을 바라보고 있게 된다. 06. 여전히 소년처럼 웃는 얼굴. 제이, 돌아온 걸 환영해. 07. 나 때문에 네가 나쁜 사람이 된다. ...... 08. 코트디부아르가 우승컵을 차지했으면 좋겠다.
이스탄불은 비잔티움이었고 콘스탄티노플이었다.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던 곳. 콘스탄티누스의 거리라는 뜻을 가진 곳. 지금의 수도는 앙카라라지만, 역사의 무게에서 이스탄불을 따를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은 이스탄불에. 마음은 정해졌는데 항공권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열심히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니. 그래서 출발 예정일은 8월말. 추석이 되기 전에 돌아올 것. 마드리드로 가기 전에는 이스탄불에 들른다. 암스테르담은 선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대신 리스본은 버리지 않을 것. 가능하다면 론다와 프리힐리아나에 들를 것. 마음 같아서는 파리나 바티칸, 또는 산토리니의 피라 마을에 가고 싶지만 모든 게 내뜻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레알이나 세비야, 또는 포르투의 경기를 볼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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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도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함께 꾸는 꿈. 사람 사는 세상.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가만히 누워서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듣는다. 그러고 있노라면 아주 많이 슬프기도 하고 평화롭기도 하고.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고 울고 싶기도 하고. 가슴이 벅차기도 하고 무언가 견딜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참 이상한 노래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가 뭐라고 너를 서운하게 할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하지만 서운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라고 또 생각해. 네가 말해주지 않으면 어느 것이 정답인지 난 모르는데, 그렇게 짜증스레 서있다가 웃을듯 말듯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지나가 버리고 결국엔 아무 말도 들려주지 않으니 이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 정말로 모르겠어. 그런데 이건 정말 내가 잘못한 게 맞아?
01. 죄책감이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나는 자꾸, 내가 나쁜 사람 같다. 02.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원망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붙잡고 펑펑 운 것만도 못했던 것이다.
01. 꽁치 크기에 집착하고, 밖에 나가면 맞고 들어오고, 싸움은 전혀 할 줄 모르고, 툭하면 울어서 벽장 속에 갇히고, 그 벽장 속에서 울다 잠들었다는, 어린 시절의 유시민. 생각하자 너무 귀여워서 혼자 조금 웃었다. 02. 유시민이 출연한 토론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누구도 유시민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유시민은 박식하고, 논리정연하며, 유머러스하다. 만약 나에게 유시민을 상대로 1:1의 토론을 하라고 하면, 난 어떻게든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을 터. 김진표는 죽을 쒔고(이분은 팩트마저 계속 놓치셨으니 뭐) 김문수는 침착하려 노력했지만 대통령이 저지른 게 너무 많아 변명에만 급급했다. 그에 비하면 유시민은 어쩌면 그토록 앞과 뒤가 딱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를, 여유롭고 자신만만하게..
난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싶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상처 받은 적 없다는 듯, 울지 않았다는 듯, 잘 버티고 있다는 듯. 그렇게 해서 무엇이 괜찮아지는지 알지 못해. 그냥 그럴 수 있다면 그런 얼굴로 서있고 싶어.
01. 포근한 봄볕. 흩날리는 하얀 꽃잎. Epiton project의 느린 노래 소리. 이것은 완벽한 시간이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 02. 내가 유치해서 조금 웃는다. 그렇지만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한테 필요한 건 '잘했어'라는 말 한 마디라는 걸 깨닫는다. 실제로는 어떻게 느끼든 그냥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03. [그냥, 의미가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의미가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응.] [난 가끔은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낮잠을 끝낸 친구의 침대 위로 기어올라, 친구의 옆에 나란히 누워서 오랜만에 도란도란. [나는 지금 죽어도 별로 특별히 아쉽거나 하지 않아.] 그러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예전에도 있었는데. [나도 그래. 특별히 미련이 남는 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