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2180)
청춘
쉬는 화요일. 새벽 네시 반에 잠에서 깼다. 무얼 할까 하다가, 집 앞에 새로 생긴 영화관에 조조영화를 보러 갔다. 내내 기다리고 있던 를 보는 날이었다. 혹시나 뭔가를 기대하거나 실망할까봐, 어떤 것도, 아무것도, 보지 않고 찾아온 영화였다. 나름 몰입도는 높았지만, 나 이나 , 그리고 만큼도 재미있진 않았다. 게다가 나는 잔인한 영화를 괴로워하는데, 이 영화는 잔인한 장면도 장면이지만 잔인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를 무척 힘들게 했다. 그래서 몇 번 눈을 감고, 또 몇 번은 눈을 가린 채 있다가 에드가를 왜 그렇게 빨리 죽였어?커티스가 참 잘 생겼구나.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알고보면 사치야.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봉준호가 갑자기 물었다. "앞칸에 타든, 뒷칸에 타든..
"아무리 멀리 가도 소용없어, 붕붕붕붕. 어디로 가든 우리는 끝까지 따라갈 거야. 그러니까 당신은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마흔을 맞이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렇게 나이만 먹어갈 거야. 아무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 테고, 그건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질 거야. 아니, 그렇지 않아! 하고 나는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제대로 소설을 쓸 거야. 사라지는 것은 너희들이야." "가령 당신의 말이 옳다고 해도, 하고 조르지오인지 카를로인지가 말한다. 우리는 언젠가 또다시 당신에게 돌아올 거야. 왜냐하면 그게 우리의 임무니까. 천천히 하지 뭐. 아직도 갈 길이 창창하니까. 아무도 당신 같은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아. 모두가 당신을 싫어하게 될 거야. 소설 같은 걸 써봐야 아무 소용 ..
6년인가 7년 전쯤, 어쩌면 나는 글쓰기를 싫어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글을 쓰는 것이 너무 귀찮고 괴롭고 그래서 하기 싫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뭔가를 쓰려고 드는 일이, 우습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때문에 어쩌면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글을 써야만, 내가 살아있는 뭔가가 되는 것 같기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6년인가 7년쯤 지난 오늘, 비 내리는 창가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실은 내가 싫어한 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내가 글을 잘 쓸 수 없다는 사실이란 것을 깨달았다. 결코 글 을 잘 쓸 수는 없다는 데서 오는 자괴감. 글을 잘 쓰지 못하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마는 괴상한 자의식. 그런 것이 내 등을 툭툭 쳤고, 그..
"누군가가 나와,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위로가 되기는커녕,오히려 나를 하찮은 존재처럼 느끼게 하는 걸요. 다른 사람들이 다,버티면서 살고 있으니,나는 오만하게 죽어버리자-!오히려 그런 생각이 드는 걸요."
[언젠가 이후로 아무리 해도 마음에서 우러나 기꺼이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 삶의 가장 큰 실질적인 어려움이 되었고, 그 어려움을 늘 상대해야 했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이상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마지못해 할 수 있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결국에는 주로 또다시 무의미하고도 알 수 없는 글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겠다는 약간의, 하지만 거의 원대하게 느껴지는 소망을 갖고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곤 했는데 그것은 무척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글이 씌어지는 날은 많지 않았고, 글이 씌어지더라도 실망스러워 모두 버리게 되는 날이 많았다. 그런 상태로 한동안 있는데, 조금씩 어떤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그 모든 것에 대단히 작위적으로 여겨졌다. 그 순간에도 이 경험을 ..
"그런데, 글을 잘 써요.""......""네?""네." "글을 잘 써요.""네." "글을 참, 잘 써요.""네." 네.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 탓이나 하고 있는 건, 재미가 없어.
모두가, 무례하다.
2013년 3월 26일. 오늘도 이스탄불엔 비가 내린다. 그러고 보니, 페네르바체 경기장에 갈 때면 늘 비가 오는 듯하다. 이스탄불에 온 이후, 한 번도 맑은 아시아 지역을 본 적이 없는 것은 그런 이유다. 페네르바체 경기장에 갈 때면 언제나 비가 내렸고, 그래서 막연하게 ‘이 팀은 나와 잘 맞지 않아.’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늘도 그곳에 가야 한다. 터키와 헝가리의 월드컵 지역 예선전이 페네르바체 홈구장인 쉬크뤼 사라졸루 스타디움(Şükrü Saracoğlu Stadı)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가까운 곳에 있는 이노누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하면 좋을 텐데, 생각을 해보지만. 페네르바체 홈구장 쪽이 시설이 더 좋은 듯하니 어쩔 수 없다. 7년 전 새로 보수를 했고, 그 때 확장 공사를 한 덕에..
2007년 3월 4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화창한 봄날의 개막전을 기대하고 있던 나는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잔뜩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비가 내림으로 해서 경기를 보는 데 따르는 불편은 커졌다. 우산을 접어든 채 버스를 타는 일은 개운치 않았고, 경기장에 들어선 후에는 비를 피하고 싶은 기분에 개막전의 설렘을 마음껏 누릴 수가 없었다. 사실 대전의 홈경기를 좋아하는 나는 빅 버드(big bird,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애칭)보다 좀 더 따뜻한 퍼플 아레나(purple arena, 대전 월드컵 경기장의 애칭)의 공기에 길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내가 느끼기에 빅 버드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은 듯했다. 3월이라고는 하지만 봄이라는 말이 너무나 무색했다. 그리고 봄이 오지 않았으므로..
지난 시즌 대전 시티즌은 전기 리그에서 3위, 컵대회에서 4위라는 비교적 훌륭한 성적을 내고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컵대회가 끝날 무렵 이관우의 이적이 선수단의 분위기를 흔들었고, 후기 리그가 시작될 무렵에는 주전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지는 타격을 입었다. 전기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배기종과 김용태가 후기 리그 때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 역시 대전 시티즌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대전 시티즌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2006 시즌을 쓸쓸하게 마감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아픔이 이번 시즌에도 반복되리란 법은 없다. 비록 이관우와 배기종이라는 두 스타 선수를 잃었지만 대전 시티즌을 지탱하고 있는 최은성, 주승진, 강정훈과 같은 노장 선수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글=김민숙] 축구는 정체성입니다.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저도 축구팬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들으면서 저는 이 말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고 또 옳은 명제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이 말의 뜻을 완전하게 이해했던 것은 아닙니다. 한동안 저는 대전이란 팀이 대체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해야 했습니다. 축구가 정체성이라면, 100% 확실하게 저의 정체성은 대전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전이 대체 무엇인지 정확하게 갈피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대전 시티즌이란 이름 아래 달리고 있는 선수들인지, 그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모임인 것인지, 구단 프런트도 그에 속하는 것인지, 계약이 종료되면 아무렇지 않게 떠나버리는 선수들이 과연 나의 정체성..
[글=김민숙] 월드컵은 많은 축구인과 축구팬에게 아주 크고 즐거운 축제입니다. 비록 응원하는 팀의 탈락이라든가, 좋아하는 선수의 부상이라든가 하는 것으로 속상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월드컵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아주 멋진 ‘축제’입니다. 그리고 축제라는 것은 보통 즐거움과 설렘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저는 월드컵이 가져오는 즐거움과 설렘의 뒤에서 때로는 아쉬움과 쓸쓸함도 느껴야 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좌절된 것도 속상하긴 했지만 사실은 그보다도 더, 이 축제를 마지막으로 즐기고 있는 선수들의 존재가 마음을 흔들었던 탓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선수들은 나이를 먹습니다. 축구라는 것은 지능적인 플레이라든가 뛰어난 전술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육체의 튼튼..
[글=김민숙] 어떤 스포츠에선 가장 빨리 달린 사람이 승리하고, 또 어떤 스포츠에선 가장 높이 뛰어오른 사람이 승리하고, 또 어떤 스포츠에선 제한된 시간 안에 가장 많은 골을 성공시킨 쪽이 승리합니다. 스포츠란 것은 저마다 승부를 결정짓는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승리를 차지하게 하는 부분도 다 다르죠. 그렇지만 그 방식이 어떤 것이든, 그것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서 승부를 결정지으려고 하는 것은 스포츠의 본질적인 속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경기가 끝나고 나면 언제나 승리와 패배가 생겨나고, 그에 따른 승자와 패자가 생겨나는 법입니다. 경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그리고 그들을 응원한 또 다른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들 쪽에 승리가 있기를 바라며 바로 자신들이 승자가 되길 원합니다. 사실 승리라는 ..
오프 시즌이 되면 그토록 좋아하는 내 팀의 경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축구팬들을 조금씩 설레게 하는 일이 있으니, 그것은 아마도 다음 시즌 우리 팀에 새롭게 들어올 선수의 존재일 것입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할 때면 어떤 선수가 어떤 팀으로 옮겨가고, 어떤 신인이 어느 팀으로 입단하는가 하는 문제들로 하여 여러 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는 하죠. 누군가 새로이 내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는 소식은 팬들로 하여금 부풀어 오른 기대감이나 어느 정도의 의구심, 막연한 설렘 같은 것들을 품게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하는 첫 경기는 조금 더 흥분되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길고 긴 오프 시즌 동안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고 기대했던 선수들과의 첫 만남인 셈이니까요. 하지만 대전 시티즌을 좋아하고 있는 저로서는 ..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도 있죠. 즉 시작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무슨 일을 하든 가능한 한 최대한 즐겁고 행복한 시작을 맞게 되길 바라죠. 그렇기 때문에 축구팬들은 (모든 경기에서 그렇긴 하겠지만, 평소보다 좀 더 강하게) 개막전에서 승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그 시즌이 어쩐지 처음의 그 승리처럼 즐겁고 행복할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 축구팬입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챔피언이란 이름 같은 것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팀, 이왕이면 대전과의 전적에서 뒤지는 팀, 이왕이면 올 시즌 전력이 조금은 약해진 팀, 그런 팀이 개막전의 상대가 되길 바라죠. 또 어떠 어떠한 팀은 제 마음 속에서 절대로 개막전에서 만..
[글=김민숙]처음 내가 ‘퍼플 아레나’를 찾았을 때, 그 이름들은 내게 아무런 의미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는 걸 기억합니다. ‘장철우’나 ‘이창엽’과 같은 이름이 처음의 나에겐 조금도 특별하지 않았다는 것을요. 내가 그 이름들에 익숙해져간 것은 아마 갓난아기가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며 걸음마에 익숙해지듯 한 경기, 한 경기를 거듭해 보며 내가 대전 시티즌에 익숙해지면서였을 것입니다. 나는 어느 순간 외지도 못했던 이름들을 기억하게 되고, 구별해내지도 못했던 얼굴들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졌죠. 난 오래전부터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어온 사람처럼 빠르게 대전 시티즌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팀의 팬이 된 이후로는 그 모든 이름들이 제각각 그렇게 특별..
지긋지긋할 만큼, 좋아했었다. 한 번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구질구질하게 굴어본 적이 없었다. 그토록 많이, 좋아한다고 말해본 적도 없었고. 그토록 자주, 버려진 적도 없었고. 그토록 간절하게, 곁에 있길 원했던 적도 없었다. 그렇게 여러 번 끝을 보고, 그렇게 여러 번 다시 시작하고. 그렇게 여러 번 의심하고, 그렇게 여러 번 다시 믿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그 시간들은 모두 전쟁 같았고, 축제 같았다. 많이 울었고, 많이 행복했다. 많이 고통스러웠지만, 많이 웃었다. 내가 지키고 싶었던 나는 없었고, 내가 미워하는 나만 있었다. 나를 웃게 할 수 있는 것도 너밖에 없었고, 나를 울게 할 수 있는 것도 너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태연할 수 있다. 좋아할 수 있는 만큼, 좋아하지 않았다면 결..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