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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서울의 집을 정리하기로 한 이후, 가장 신경이 쓰였던 건 책이다. 아니, 좀 더 제대로 이야기하면 서울의 집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을 때마다 그 결정을 돌이키게 만든 것이 책이다. 이 도시에서, 나만의 방을 가지게 된 지 9년째. 한 권 두 권 사서 보던 책이 책장을 가득 채우고, 그래서 새로 들여놓은 책장도 다시 가득 채우고, 결국 그 책들을 두 겹 세 겹씩 겹쳐서 꽂아놓게 된 이후, 나는 발목이 잡혀버렸다. 그것들을 지켜야 하니까 떠날 수가 없어진 것이다. 터키 일주를 다녀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때 집을 정리하려 했다. 그러지 못했던 건, 고향집에 내 책을 옮겨다 두었다가는 가족들이 빌려간다는 이름으로, 한 권씩 두 권씩 내 책을 가지고 가버릴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사라져버린 ..
01. 내가 왜, 일어나자마자 오유와 pgr의 지니어스 게시판을 들락거리고 있는 걸까? 02. 아, 니네가 연초부터 콩만 안 깠어도 내가 이러진 않을 텐데. 03. 콩까지마! 콩까지마! 국산 콩은 우리가 지킨다.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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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지즈 네신, 2. 조나단 스위프트, 3. 김광수, 4. 디디에 무니에, 5. 리처드 니스벳, 6. 짐 코리건, 7. 구민정&권재원, 8. 유혜준, 9. 보도 섀퍼, 10. 류대현, 11. 김병규, 12. 이소라, 13. 도미틸 드 비에나시스, 14. 허버트 조지 웰즈, 15. 톨스토이, 16. 고진숙, 17. 안현효, 18. 박소정, 19. 도스토예프스키, 20. 김미정, 21. 이희수, 22. 쥘 베른, 23. 밀란 쿤데라, 24. 서윤영, 25. 페르난도 사바테르, 26. 원종우, 27. 전국 역사 교사 모임, 28. 이호준, 29. 정영문, 30. 유재원, 01 31. 유재원, 02 32. 채지형, 김남경, 33. 이동형, 34. 이호준, 35. 무라카미 하루키, 36. 윌리엄 골딩, 37...
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하는 책이다. 이제 우리나이로 쉰다섯. 유시민은 어느 새 삶과 죽음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는, 정치인이던 시절, 자신의 당에서 청년비례대표 후보로 나온 20~30대 청년들보다도 더 청년다웠던 사람이었기에, 나는 유시민의 그런 모습이 조금 낯설었다. 어쩌면 나는 영원히, 무뎌지지 않을 날을 세우고 똑바로 쳐다보기 무서운 눈빛을 한 채, 상대방을 몰아세우던 시퍼런 유시민만을 상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내가 처음 보았던 유시민이고, 또 그것이 내가 좋아하기 시작했던 유시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다른 눈빛을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는 화를 내..
"정영문 작가라고 알죠? 어떤 작위의 세계라고 있거든요. 그거 읽어보셨어요?" "끔찍한 소설이거든요. 어떤 분들한테는. 뭔가 만들죠. 큰 건 아니에요. 가면도 아니에요, 그건. 무료함에서 오는 것들. 그런 거짓말 해봤어요? 진지한 거짓말 있죠. 나를 살리기 위한. 그런 거 말고 그냥 거짓말. 이게 문학의 세계거든요. 문학이란 이런 무미건조함에서 탄생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가장 상태가 안 좋은, 거의 구원이 안 되는 질문이에요. 질문 자체가."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제가 오해해도 상관없는 거예요. 세계가. 홀로 계시는 거예요. 그러면 거짓말은 가능해요." "비슷한 세계예요. 이거 읽으면서 깜짝 놀랬어요. 사실 뭐, 제가 부드럽게 이야기하니까 사무엘 베케트의 몰로이랑 비슷하고 정..
- 낭비해도 괜찮아 -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낭비해도 괜찮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인생을 낭비해도 괜찮다면, 시간을 낭비해도 괜찮다면, 종이를 낭비해도 괜찮다면, 코앞에 목적지가 보여도 돌아갈 마음이 잇다면, 소설을 써도 상관없을 것이다. 낭비를 낭비로 느낀다면 곤란하다. 10년 후, 누군가에게 복수의 칼을 내밀지 모른다. 피 같은 시간에, 금쪽 같은 나이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나 생각하면서 세상에 있지도 않은 인간을 상상하고 있다니,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 버티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 내가 생각하기에 '재능'이란,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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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아파서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것은 알기 싫다. 그래서 외면한다. 나는, 비겁한 사람인가? 아니, 비겁한 것은 나쁜 것인가. 또 다시 변명하고 싶은 것이다. 고작해야 평생, 이 정도일 것이다.
01. 그건, 성적인 이야기 같아요. 네? 남자에 대해서 말이에요. 네. 경쟁심 같은 것. 그런 게 느껴진다구요. 남성성을 원하지만, 혐오하는. 그런 것. 그런 것 같아요? 네. 네. 그런 것 같아요. 02. 기사 5편. 이야기 하나. 서문과, 추가 원고. 그리고 200page짜리 책 한 권. 쓰다 지쳐서, 다른 걸 쓰다가, 결국 그마저도 지쳐서 책을 읽는다. 글쓰기를 싫어하지만, 실은 좋아하는 것이다. 03. Toni Braxton & Babyface의 'Hurt you.' 아, 좋아. 아이, 좋아. 다시 노래가 좋다는 것.
때때로, 인파에 휩쓸릴 때, 그 많은 이들이 모두, 제 삶의 주인공일 거라 생각하면, 너무나 낯선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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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자기가 good이라고 생각하는 걸 하지도 못하고, 자기가 bad라고 생각하는 걸 안 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자기 삶이 행복하길 바래요?" 02. 호날도를 보고 있노라면, 가끔, 라울을 보고 있던 때의 그 마음이 되살아난다. 03. 그리고 이제는 지긋지긋해졌지만, 그래도 가끔 K리그를 찾아보는 것은, 순전히 김은중 때문이다. 04. 똑같은 말을 해도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들. 아무것도 아닌 나를, 대단한 사람처럼 바라보는 사람들. 05. 어이없는 말에는, 대꾸하지 않는다. 성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행동은 달라졌다. 06. 따뜻한 우유에는, 왠지 위로의 힘 같은 것이 들어 있는 기분이다. 07. 어쨌건 난, 11월의 홋카이도보다는 12월의 히말라야가 간절하다.
나는 한 번도, 자존감이 낮아져 본 적이 없다. 삶이 나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로 태어나서 행복하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진정으로 불행해지는 않으리라는 것도 안다.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괜찮은 점이다.
이스탄불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거리에 개나 고양이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이야 터키쉬들이 유난히 애완동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때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거리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개와 고양이들이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다. 눈에 띄는 횟수로만 보아서는, 개보다는 고양이쪽이 조금 더 많은데 그 고양이들이 하나같이 깨끗해서 도저히 주인 없는 길 고양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분명히 누군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인데, 아마도 자유롭게 풀어놓고 기르나 보다 하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한 달 여간 터키에서 생활을 해본 바로는, 그 고양이들은 대부분 누군가 기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터키 사람 전체가 함..
"남편 복 없는 여자는, 자식 복도 없다더라." 고 자조적인 말들을 내뱉던 엄마가, 어느 순간 "남편 복 없는 여자가 자식 복은 있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갑다." 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그 말에 놀란 내가, "엄마가 무슨 자식 복이 있어?" 하고 물어도, "니네가 다 엄마를 위하는 마음이 있잖아." 라고 엄마는 웃으면서 대답을 한다. 하지만 대체, 그 누가 우리를 자식으로 둔 엄마를 보고, 자식 복이 있는 여자라고 생각을 할까. 우리는 모두 엄마의 아들딸이었지만, 누구도 엄마처럼 성실하지 못했고, 엄마처럼 책임감이 강하지도 못했다. 억척스럽게 일을 하며 살아온 엄마의 아들딸 답지 않게, 우리는 모두 한량 같은 자식들이었다. 그나마 엄마를 닮아, 한 달에 두 번 밖에 쉬는 날이 없던 직장을..
내가 축구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으면 대전 경기를 안 보면 되는 거다. 좋아했던 과거가 있다고 해서, 현재에도 좋아하라는 법은 없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의무감으로 하면 안 된다. 내가 누군가의 의무가 되고 싶지 않듯이, 누구도 나의 의무가 되게 해선 안 된다.
꿈. 생각. 기대. 희망. 포부. 미래를 생각하는 그 어떤 것들. 하지만 나는 이제, 내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럴만한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서. 나는 거만한 사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