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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01. 김문호를 보면, 배기종이 생각나. 그래서 김문호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냥 김문호가 좋은 거지만. 02.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uCategory=kbaseball&category=kbo&id=192043&redirect=true 귀여워. 김대륙. 시즌 첫 안타를 치던 날도 그랬어. 펜스를 맞히는 홈런급의 안타를 쳐놓고, 자기도 너무 놀랐는지 겨우 1루까지 밖에 못 가놓고선, 그래도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베실, 웃는 걸 보곤 나도 모르게 따라서 베실, 웃었지. 아, 이 날도 기어이 발로 1점 만드는 걸 보고, 또 혼자 잠깐 베실, 웃었는데. 영상이도 꽤 잘하고 있어서, 음,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잘했으면..
거대한 바위 같은 거야. 내가 뭘 어떻게 해도 꿈쩍도 안 하는. 난 울어도 보고 웃어도 보고, 쓰다듬어 보거나 앞니로 세게 깨물어 보거나, 그래도 꿈쩍도 안 해서, 밀어를 속삭여도 보고 화를 내보기도 하고, 좋아, 너 따윈 이제 상대도 안 하겠어, 라면서 등을 돌려보기도 하지만. 어쨌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거야. 결국 나만 미친애처럼 이 난리를 피우는 꼴이라고. 그러니까 이런 게 삶 아니겠어. 끝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포기하는 일뿐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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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터널 선샤인 봤어?""응. 봤지. 네가 추천해 줘서 봤던 것 같은데?""아마 그랬을 거야.""근데 그 영화가 왜?""그 영화에서, 짐 캐리가 그 기억을 지우잖아. 케이트 윈슬렛을 만났던 모든 기억.""응. 그리고 다시 둘이 또 사랑에 빠지지 않아?""응. 결국 또 그렇게 될 것처럼 하고 끝났지만.""그런데?""그거처럼, 할 수만 있으면, 나도 이 기억을 다 지우고 싶어.""...정말?""응. 나중에 후회를 하든 안 하든 그건 상관없어. 기억을 지우고 나면 생각이 안 나니까 후회도 못하겠지. 그러니까 처음부터 지금까지, 할 수만 있다면 기억을 전부 다 지우고 싶어. 이런 생각 자주 했어. 걔랑 관계된 기억을 전부 다, 없애버렸으면 좋겠다고.""...그렇게까지 아파?""응.""잘 실감이 안 나. 나..
그, 남자아이를, 처음 인식한 건 플랫폼 안 벤치에서였다. 벤치에 앉아 커피를 홀짝거리며 내가 탈 기차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옆에 앉는 것이 느껴졌다. 중고등학생들이 흔히 입는 검은 트레이닝복을 걸친 얇은 다리가 내 눈에 들어왔다. 어린 남자아이구나, 라고 인식한 건 바로 그 다리 때문이었다. 남자아이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고, 난 혹시 기차가 들어오지는 않나 싶어 고개를 들었다가 그 얼굴을 처음 보았다. 기둥에 기대선 채, 너무나 분명하게, 내 쪽을 보고 있어서, 잠시 멈칫했다. 응? 너, 왜 나를 쳐다보고 있니, 라고만 생각한 건 그 마른 다리처럼 그 얼굴도 그냥 앳되보여서. 그런데도 그 시선이 신경쓰인 건 그런 앳된 얼굴이 나를 보고 있는 게 왠지 좀 이상해서. 기차가 곧 들어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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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지개를 만난다 https://brunch.co.kr/@dancinguf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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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새벽 두 시, 퇴근을 하고 딱 다섯 시간 잠을 잔 후, 아- 오늘도 역시 일하러 가기 싫다! 생각하며 겨우겨우 출근했는데, 내 로스터는 보기 좋게 지워져 있다. 어느 새 유니폼까지 갈아입고 나온 나를 보며, 안나가 웃으며 하는 말. "다안~ 너 왜 네 로스터 확인 안 했어. 너 오늘 off야." 물론 난 내 로스터 확인을 했다. 그러니까 어제 말고 그제. 로스터를 매일 매일 바꿀 필요까지는 없는 거 아냐? 게다가 엘렌은 어제 내가 퇴근할 때, 분명 내게 잘 가라며 손까지 바이바이 흔들었는데, 왜 내 로스터가 바꼈단 말은 안 해준 거야? (내가 요즘 성질 부린다고 복수한 게 분명하지!) 어쨌든 이미 이렇게 된 거, 내가 일을 하겠다고 우길 필요도 없어서, 그냥 허무하게 하하하 웃었다. "괜찮아, 안..
01. 출근을 해, 플롯을 받기 위해, 바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프랭크가 말했다. "아, 단. 잘 왔어. 지금 전부 다 디자스터야." 그런 프랭크에게, 말없이 letter를 내밀자 프랭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는, 내 레터를 펴서 읽어보지도 않았고, 그래서 내가 왜 떠나야만 하는지 알지 못한 프랭크는 그 날 내내 나에게 싸늘하게 굴었다. "Dan, go away from me." 언제 마감을 할지, 마감 후 무엇무엇을 챙겨야 할지, 늘 내게만 말을 하는 프랭크가, 하루종일 나를 단 한 번도 부르지 않고, 대신 질문이 있어 찾아간 나에게, 잘 들리지도 않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하는 걸 들으며, 조금 서운해졌다. 내가 왜 떠나야만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떠나야만 하는 내 심정이 어떤지 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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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가끔, 잠에서 깨서, 몇 번쯤 눈을 깜박이며, 생각을 하곤 한다. 여긴 어디지?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사람들은 여전히 나에게 똑같은 걸 묻고, 나는 매번 똑같은 대답을 하는 것이 지겨워져서, 이제는 마음 내키는 대로 대답을 하며 산다. 그리고 다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며 사는 건 중요한 걸까. 거짓을 말하면 내 진심이 사라지는 걸까. 02. 내가 십여 년간 모았던 천여 권의 책. 그 책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모르지는 않으면서, 그 책을 모두 다 베트남으로 다 가져가겠다는 언니. 갑자기 삶이 더 의미가 없어졌다. 나를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게 했던 존재가 사라졌으니까. 03. 예전엔 외로워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외로움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04. 너를 ..
내가 얼마나 나쁜 년인가 하는 것을 모르는 척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서운해하는 나를 비웃으며, 올해도 한 해가 간다. 내가 처음 스스로를 보면서 나이가 들었다, 고 느낀 것이 십 년 전의 일이라 해도, 사실 난 지난 십 년 동안 스스로를 늘 어린아이쯤으로 여겨왔다. 그러니까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철이 든, 똑똑한 어린아이 정도. 자, 이제 여기서 유년기는 끝났습니다. 라는 느낌으로 그 사실을 갑자기 깨달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다 자란 아이인양 굴어왔지만 실은 그 동안 단 한 번도 나 스스로를 어른으로 느끼지 않았다는 걸. 그 사실을 깨닫게 해주어서 나는 ‘류블랴나’가 좋았다. 아니, 류블랴나가 좋아서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건가. 아니면 그냥 이 두 가지 사실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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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스물여덟 살이던 하하가, 서른일곱이 되어서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조금 울고 싶어졌다. 9년 전의 내가 떠올랐고, 그리고 지금의 또 내가 생각이 났으니까. 02. 무한도전과 함께 했던, 어떤 시간들. 정말로 슬프고 우울했을 때도 늘 나를 웃게 해주었던 어떤 사람들. 03. 그리고 나는, 하하를 예뻐하고 유느님을 사랑하는 형돈이 팬이지만.진짜, 가끔씩, 너무너무 홍철아, 보고 싶다.
01. 결국 잘츠부르크와 할슈타트를 포기하고, 빈에서 바로 류블라냐로 가기로 했다. 더는 오스트리아 철도청과 싸우고 싶지 않아! 3시간 가는 데 80유로씩 지불하고 싶지도 않아! 그래서 깔끔하게 잘츠와 할슈타트를 날려버리고 나니, 내 여행 루트가 어쩌면 이다지도 깔끔해 보이는지. 02. 이럴 때, 결국 성격이 나오는 거다. 난 집착 강한 사람인데, 왠지 포기할 땐 포기도 엄청 빨라. 그래서 기차를 타고 잘츠부르크에 가서 다시 기차와 기차를 갈아타고 배까지 탄 후에 할슈타트로 들어가는 여정은 깔끔하게 포기. 그냥 빈에서 버스 타고 휭~ 류블라냐로 가기로 했다. 물론 8시간 45분을 버스에 갇혀 가는 것이니, 이 또한 편한 여정은 아니겠지만. 괜찮아, 나는, 터키의 반에서 이스탄불까지 24시간 버스도 타 본..
01. 빌어먹을, 오스트리아 철도청. 내가 이걸, 이틀째 붙잡고 있는데 정작 예약된 건 하나도 없어. 빈이니 잘츠부르크니 할슈타트니, 이쁘면 얼마나 이쁘다고. 유럽에서 기차 한 번 타기가 왜 이리 어려워! 02. 마음 같아서는 잘츠부르크, 할슈타트 다 포기하고 빈에서 그냥 류블라냐로 비행기 타고 가고 싶구나. 03. 그러고보면 내가 원래 욕을 안 하던 사람인데, 고갈티에서 일하면서 영어가 는 게 아니고 욕만 늘었어. 난 원래 나의 단점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컴퓨터 붙잡고 앉아서 5분에 한 번씩 fuck... 이라고 혼잣말하는 나는 별로 안 사랑스럽구나. 04. 하지만, 일단 이 오스트리아 철도청 문제를 해결해야 비속어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이게 이렇게 나를 괴롭힐 줄 알았으면, 그냥 인터레일 ..
01. 이제 와서, 깨달았다. 내가 in과 out을 바꿨다면, 그러니까 내 루트를 거꾸로 돌았다면, 이 모든 고민의 2/3쯤은 하지 않아도 됐을 거란 걸. 그러니까 내가 왜, 두브로브니크에서 out할 생각을 했단 말인가. 길다랗게 생긴 크로아티아의 제일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데다가, 한 나라인 주제에, 두브로브니크 바로 앞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끼어들어서, 한 나라 안에서 버스 타고 이동할 때도 두 번이나 국경을 넘어야 하는 괴상한 도시.이 도시 때문에, 크로아티아에 한 번 들어가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다는 사실을, 난 여행 계획을 다 짜고, 크라쿠프로 가는 비행기표까지 다 사둔 후에야 깨달았다. 베니스에서 더블린은 60유로, 자다르에서 더블린은 91유로인데, 어쩌자고 두브로브니크로만 들어가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