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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 나 없으면 못 산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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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들, 이렇게 사는 건가.
우스운 이야기지만, 를 읽다가 마지막에 울컥- 했다. 그러니까 조금 눈물이 났다고. 유시민은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 원하기만 했다면 조금 더 영악한 태도로 조금 더 쉽게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노통이 우직한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자신이 원한다 해도 그렇게 될 수는 없었을 거란 느낌이 드는 것과 비교할 때 유시민은 노통과는 다른 느낌의 사람이란 말이다. 그런데도 유시민이, 그렇게 살지 못한 것은 스스로 원하지 않은 탓도 있긴 하겠지만 그것 만큼이나- 그가 로맨티스트이기 때문이란 생각을 한다. 우리 나이로 51세. 그런데도 이 남자는 아직도 '설렘'이나 '향기'를 운운하며 자신이 갈 길을 선택한다. 그 길이 한없이 어려울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 설렘이 있기 때문에 그 길을 걷겠다는 ..
불쑥, 생각이 났다. 그저 편의점 앞에 세워진 승용차를 보았을 뿐인데 말이다. 나는 요즘 슬프지도 않고 우울하지도 않고 그래서 울고 싶은 기분도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가끔 생각을 한다. 더는 바라는 것도 없어졌다는 것은, 그 생각 끝에서야 깨닫는다.
하루키는 늘 끝부분이 약하다. 일을 저질러놓고 수습을 잘못한다는느낌? 그래서 이번에도 끝이 깎아먹었다. 2/3까진 참으로 좋았는데. 지난 토요일부터는 . 몰랐는데 난 여행기를 재밌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러게, 내가 하루키의 책중에서 가장 좋아한 것도 아니던가. 그런데 어째서 난 내가 여행기를 좋아한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거지?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있다. '유랑'을 돌아다니다보면 세상 모든 사람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누구는 대학을 휴학하고 1년 아르바이트를 해서 한달짜리 세계여행을 가고 누구는 프라도에서 만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보고 감동을 받아 미술사를 배우기로 마음 먹는다. 사람들이 참 많이 떠나고 있고 그리고 여행이 모든 것을 뒤집어놓는 것은 아니지만 ..
자, 다시 한 번. 만약 나에게 상상력이 없다면 나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나에게 두려움이 없다면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큰 것을 위해서는 작은 것을 희생할 것. 내일의 성공을 위하여 오늘은 실패할 것. 생각하자.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절대로 잊을 수 없게끔 계속해서 생각하자. 내가 정말로 바라는 내 모습은 어떤 것인지.
갓 자정이 넘었다. 어쩐지 졸려서 빨리 잘까 했는데, 3시에 레알 경기가 있다. 그냥 포기할까, 잠깐 고민했지만 라울이 레알에서 선발 선수로 뛸 수 있는 날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길면 2년? 짧으면... 글쎄. 그러니까 봐야지. 이 선수가 은퇴란 걸 하고 나면 나는 엉엉 소리내 울고 싶을 만큼 아쉬움을 느낄 테니까. 스페인 관련 책들은 차곡차곡 장바구니에 담았다. 당장 스페인으로 떠날 수 없다면 스페인에 대해 읽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떠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때 떠나면 된다. 억울할 건 없는 것이다. 무도에 재범이가 나왔다. 시애틀에도 보내드릴게요... 라는 자막에, 태호피디는 참- 이라고 잠깐. 뭐랄까, 기분이 좀 그렇다. 그렇게 간 이후엔 박재범을 봐도, 박재범이 없는 투펨을 봐도 조금도 즐..
정말이지 엄청난 사실이다. 이게 다 내가 선택한 거였다니.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모든 것, 지금 내가 처해있는 이 모든 상황, 이것들이 전부 다 내가 선택한 거였다니. 그런데도 난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라울이 아니라구요. 호나우딩요가 라울의 얼굴을 때렸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라울은 끝까지 호나우딩요를 한 번 밀치지도 않았어요. 자기 얼굴을 때리는데 그 정도 발끈도 못합니까? 그런데 어째서 라울에게 경고를 주냔 말입니다. 심판이 라울을 때리는 호나우딩요의 손을 못본 것뿐이잖아요. 네스타는 무슨 네스타입니까. 라울은 무슨 라울이냐구요. 경고를 받아야 할 사람은 호나우딩요였습니다. 감히 얼굴에 손을 댔는데, 아무 잘못도 없는 라울을 때렸는데, 퇴장을 시켜도 할 말 없는 것 아니냐구요. 그런데 멀쩡하게 웃으면서 경기를 끝내게 만들다니. 메시한테 밀려나 바르셀로나에서 쫓겨난 주제에 그렇게 웃고 있는 것 따위 봐줄 수가 없습니다. 그나저나 이것들은 골을 안 먹겠다는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새파란 어린 애한테 한..
중요한 건 진실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내가 즐거운 글을 쓰면 된다. . . . . .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걸. 그런 게 현명한 것인 줄 알겠지만, 실은 비겁하기 그지 없는 사람. . . . . . 어쩐지 쿤이 구사하는 동글동글한 한국어가 듣고 싶다. 그립구나. 사라져버린 쿤보이와 우리 탼성이.
이제 알겠다! 그래, 말이야. 이제 알겠어. 정리를 하게 될 거라 그랬지? 난 그래서 이거랑 저거를 정리하는 건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이제 알겠어. 이제 좀 감이 와. 그런 건 정리를 하고 말고 할 것도 아니었고, 그보다는 그거랑 그거지. 그러니까 그쯤은 되어야 정리라고 할 수 있는 거거든. 가끔 보면 나는 참 무뎌. 그리고 매우 예민하고 아주 소심하지만, 실은 가끔 독해. 나도 나를 잘 알아. 그때 교실 뒤에서 정민이가 소리를 쳤을 때, 그때 내가 알았어. 그 소리가 왜 그렇게 듣기가 싫고 그래서 마음이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나는 인상을 썼어. 그리고 내가 서울로 오기 전에 어째서인지 정민이는 나한테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에는 빨리 도착하게끔 하는 우표가 몇 장이나 붙어 있어서 그래서 언니가 그랬..
4주째다. 주말마다 대전이 지는 걸 보고 있다. 그런데도 보면서, 너희들은 참 사랑스럽구나- 라고 생각했으니 할 말 다했다. 뭐 내가 이기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루니나 집이가 또는 박성호씨가 골 하나만 넣으라는 거였는데 그것조차 안 해주다니. 이토록 비싸게 굴지만 그래도 난 요즘의 대전 시티즌이 마음에 든다. 싫어하는 감독도 없고 싫어하는 선수도 없다. 이기든 지든 한결같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드디어 이 팀이 다시 내 팀 같다. 맥주 한 캔을 마시고는 취기에 넘어가버렸다. 결국 9시에 자서 2am에 기상. 덕분에 오랜만에 레알 경기를 보았는데, 주장님께서 두 골이나 넣어주셨다. 역시나 훌륭한 우리들의 주장님. 이제 발렌시아가 바르샤를 한 번만 잡아주면 다시 동점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소설이 있다. A4 열장 정도의 짧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가장 여러번 읽은 사람은 나일 것이며, 이 소설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나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다가, 문득 그래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미래는 불투명하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전혀 예측을 못하고 있는 불안한 청춘이다. 그럼에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소설을 가질 수 있어서 조금은 행복하다. 행복, 하다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요즘은 가끔씩 이렇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스스로 행복을 발견한 사람이다. 이 행복을 깊은 곳에 숨겨놓고 불행한 생각이 들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꺼내볼 것이다.
이건 손에 쥐고 가야해요? 아니면 버리고 가야 해요?
가슴이 뛰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그것이 도피처를 마련하려는 핑계가 아닐까- 하고 나 자신을 의심한다. 즐겁게 사는 것. 그것은 노력이기도 하겠지만 기질이기도 하다. 나는 웃음이 많고 명량한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즐겁게 사는 것은 어쩐지 힘들다. 바람이 불고, 겨울이 온다. 오른손과 왼손에 동시에 오렌지를 쥐었던 것처럼, 두 손에 든 오렌지를 동시에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랍스타와 치즈파우더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난 후에 생각이 나는 것은 한강의 불빛과 비 내리는 버스 정류장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좀 쉬고 났더니 일이 밀렸다. 덕분에 며칠째 일찌감치 출근해서 숨 한 번 제대로 안 쉬고 일했는데, 퇴근할 때쯤이면 여전히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래서 월요일엔 너무너무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그랬는데, 오늘은 또 그러려니 하면서 돌아왔다. 바빠서 정신이 없긴 한데 예전처럼 우울해하지 않고 그럭저럭 감당해내는 것 보면 좋은 의미로든 그렇지 않은 의미로든 나는 조금 철이 들긴 했나보다. 어제 저녁엔 컴퓨터가 또 문제를 일으켰다. 처음엔 하드 하나를 인식 못 해서 재부팅을 했더니 이번엔 부팅 자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괴로워하고 있자니 마침 집 앞에 온 룸메이트의 남자친구가 후다닥 급하게 해결을 해 일단 부팅은 된다만. 그래도 불안하니 다시 돌아와서 해결을 해주기 전까진 웬만하면 데스크탑 대신 넷..
[이제 알겠다.] [뭘요?] [마음만 먹으면 뒤도 안 보고 갈 거라는 걸.] 그런데도 나는 말해줄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기 위해서 그 거리를 얼마나 수없이 걷고 또 걸었는지. 그 길을 걸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외롭고 슬프고 눈물났는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자주 주저앉고 울고 모두 다 그만두고 싶어했는지. 당연히 좋아하니까 그랬죠. - 좋아하지 않으면 그랬을 리가 있겠어요? 그것이 꿈이고 착각이고 환상이라고 해도, 실은 나도 조금은 안다. 그것이 또 때로는 진실이었다는 걸. 그러니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미워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모든 게 다 내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때 혼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생각했어요. 그 후로도 여러번 아무렇지 않은 ..
우연히 하드를 뒤지다가 알았다. 내 하드 속에는, 99년부터의 김은중 영상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는 걸. 지금은 서른이 넘은 김은중이다. 그 김은중이 채 스물이 되기 전에 이동국과 아시아를 제패하던 시절의 경기 영상이 나에게 있다. 01년에 FA컵 우승컵을 들던 김은중의 영상도 있고, 01년에 포르투갈로 전지훈련을 떠났던 이관우의 영상도 있고, 02년에 울산에게 세 골을 내리넣으며 FA컵 결승전에 오르던 영상도 있으며, 한 경기만 더 이기면 2년 연속 FA컵을 손에 쥐는 거라며 욕심을 드러내던 김은중의 인터뷰 영상도 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대전 시티즌을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대전 시티즌을 가장 사랑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드는 03년의 대전 영상들. 그 시절의 대전 시티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