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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01. 사람들이 말이 많다. 마녀 사냥이 시작될 거라는 건, 어차피 알고 있지 않았던가. 마음을 굳게 먹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02. 맨유와의 경기를 보다가, 문득 화가 나서 TV를 꺼버렸다. 합법적인 절차라는 건 안다. 악법도 법이라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김은중은 뛰고 싶은 욕망이 있는 선수다. 벤치에 묶어두고 제대로 출전도 시키지 않았으면서, 다른 곳에 가서라도 뛰고자 하는 그 열망을 꼭 그렇게 짓밟아야만 하는가. 팀이 싫어서일 리가 없다. 어떤 선수가 그 팀이 싫다고 하겠는가. 그저 뛸 수 없는 상황이 싫었을 것이다. 그러니 마음껏 뛰게 해줄 수 없다면, 대의적인 차원에서 놓아주길 바랐지만. 어떻게 나는 그 상대에게 그런 어리석은 바람을 가질 수 있었는지. K리그에 김은중이 없다. 그래서 이..
사는 것은 참 외로운 일이다. 이럴 땐 어디에서 위로를 얻어야 하나- 생각하면 답을 찾을 수 없어 서글퍼진다. 결국 내가 나를 달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아는 대로 행하기엔 내가 너무 어리다. 언제쯤이면, 이런 마음을 오랜 친구 대하듯 토닥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걸어갈 수 있게 될까. 어리석은 생각이란 걸 알지만, 마음을 의지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휴가 마지막 날, 집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그러면 괜히 대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하면서 하루를 보낼 것 같아 집을 나섰다. J는 다섯시에나 도착할 수 있다기에 2시쯤 먼저 집을 나와 홍대에는 3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언젠가 J를 따라간 적이 있는 북까페 L.E.A. 평일 오후라 까페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것은 야외에서 본 모습.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면 1층은 이런 모습이다. 야외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긴 했는데 안쪽은 거의 비어 있었다. 사실 예전엔 J를 따라갔던 곳이라, 이번에 혼자 찾아가는 데는 약간 애를 먹었다. 놀이터를 거슬러 내려가 왼쪽 골목으로 빠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까페를 찾고 보니 내가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다른 곳에 있었다. 만약 놀이터 앞에서 인근 지..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렇게까지 하겠나, 싶던 것을 실제로 다 그렇게까지 하니 한숨이 나온다. 집으로 돌아와 며칠만에 광장에 들어가니 그곳도 이런저런 문제로 소란스럽다. 괜히 어떤 일에도 집중이 되지 않아, 경북대에서 미디어법 관련 강의를 하셨던 것을 다시 보았다. 그 명쾌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조금 마음이 맑아지는 듯하다. 명경지수. 맑기만 한 거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그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요즘은 을 읽고 있는데, 옥중에서 안희정이 느꼈을 것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안희정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라는 알지만, 그럼에도 이렇게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안희정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아프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
여름. 그리고 해가 저무는 시간. 혼자 앉은 나의 곁으로, 바람이 분다. 이것은 마냥 부드럽기만 한 작은 바람이 아니라, 큰 나무의 나뭇잎들이 다 같이 소리를 내면서 흔들릴 만큼의 큰 바람이다. 나무 지붕 아래서 책을 읽다가 바람 소리에 눈을 들어 세상을 본다. 잠자리가 많다. 그러고 보니 코스모스도 있고 해바라기도 있다. 마음을 먹는다면야 먹고 사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울까, 생각한다. 나는 젊고 나 하나쯤 먹여 살릴 힘 정도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사는 일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은 먹고 사는 일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는 안 되겠다. 등 따뜻하고 배부른 것으로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처음부터 마음은 한사코 한 방향만 보았다. 이미 그 길로 들어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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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옷을 넣을 곳이 마땅치 않아 옷장을 하나 더 사야겠다, 생각하니 방 크기에 비해 침대가 너무 커 옷장을 넣으려면 침대를 빼야겠다. 하지만 바닥에서 자는 건 몸이 익숙지 않아, 이 침대를 빼는 대신 싱글 침대를 하나 살까 생각하니 패드와 이불도 작은 것으로 바꿔야 한다. 결국 옷장 하나 사려던 것이 일이 커져서 이걸 다 하려면 예상보다 돈이 너무 깨지겠구나- 싶어 그럼에도 큰 마음 먹고 이걸 다 바꿀 것인지, 아니면 마땅치 않은 대로 몇 달 더 버틸 것인지 고민 중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당신은 내 편을 들어줄 수 있습니까? 내가 늘 거짓을 말해도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있나요? 천사 같은 웃음. 여기는 왜 이렇게 덥나요?
01.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잡음이 많다. 이쪽에서는 계속 저쪽 탓을 하고 있지만, 잡음이란 한쪽만 잘못해서는 쉬이 생겨나지 않는 법이다. 옳고 그름보다는 성향이나 기질의 문제이므로 중간에 선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는 식으로 판단을 해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근 8년을 함께 일했으니 심정적으로 옳다고 느끼는 마음을 모르는 것 또한 아니지만. 지금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는 건 꼭 한쪽만은 아닌 것 같다. 서운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허전하시겠구나-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엔 원해서 그만두는 것일 테니. 이쪽에서는, 떠나는 사람에겐 예의를 다 하고 새로 올 사람과는 그냥 마음 맞춰 남은 일들을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이래저래 시끄럽지만 그냥 나는, 내 일을 열심히 하는 쪽..
꿈에서, 오랜만이다. 이것은 벌써 십년째 계속되는 꿈이다. 처음엔 하루가 멀다 하고, 다음에 사나흘에 한 번쯤, 그러다 한두 달에 한 번씩이던 것이, 더는 몇 달에 한 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더니. 이번엔 일년도 더 된 일 같다. 그래서 잊고도 살던 기억이, 다시 꿈에서 오랜만이다. 그래, 너는 잘 살고 있니?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그립다 해도 거짓말이다. 네가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 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대체 무엇이 이 기억을 이토록 모질게 살아남도록 하는 것일까.
01.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 선풍기 하나 틀지 않은 방이건만, 창문을 열어두니 한기가 느껴진다. 어릴 땐 추위를 모르고 살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한여름에도 툭하면 춥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어날 때면 늘 한기를 느껴서 작은 담요를 둘둘 감고 앉아 있기도 한다. 에어콘 없이 못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히려 나는 지하철 안도 사무실 안도 추워서 탈이다. 오후 한 시, 쨍쨍한 태양 아래서 십오 분 길을 걸어 사무실에 도착하면 목 뒤가 땀으로 끈적거리기도 하지만 그 정도의 더위가 끔찍하지는 않다. 갈수록 여름이 더워진다고들 하니 어릴 때보다 더위가 덜 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아무래도 체질이 좀 달라진 모양이다. 사주오행에 불이 많아 온 몸이 불덩어리라는데, 그래서 낮에는 내내 비실거리다가 해가..
우리가 참 많이, 당신을 사랑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대통령님.
01. 넷북을 샀다. 10인치짜리 핑크색 넷북이다. 이름을 '스위티진'으로 할지 '유짱'으로 할지 고민했는데 막상 물건을 받고 나니 '스패니쉬'와 어울리겠다 싶다. 02. 사장 이름이 바뀔 거란 말에 내가 회사를 그만두나 싶었는데, 정작 그만두는 건 사장이고 대신 새 사장이 온다. 업무 내용에 다소 변화가 있을 테니 그것도 스트레스긴 하지만, 무엇보다 새 사장이 꽤 깐깐한 타입이라 웬만한 것은 내 뜻대로 처리하는 나와 잘 맞을지 의문이다. 이래저래 마음 상한 적 많았어도, 기존의 사장은 스케일이 큰 편이라 제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사소한 건 대부분 넘어가 주었는데 말이다. 10년 넘게 일군 회사, 다른 사람 손에 고스란히 넘겨주는 심정이 어떨까 싶어 괜히 같이 기분이 저조하다. 이 기분을 치고 일어..
어느덧 6재도 지났다. 웃고 있는 얼굴, 짓궂은 표정, 장난스런 행동들을 보면서 가끔은 웃는다. 그러다 문득, 당신이 '죽었다'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피붙이의 죽음도 이렇게 안 믿기진 않았는데, 어쩌자고 이 죽음은 이토록 영영 꿈만 같은지. 늦봄이 지나고 이제는 여름이다. 거리를 빼곡히 메우고 엉엉 소리내 울던 사람들도 하나둘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간. 나흘 후면 49재가 치러진다. 그러니 이제 그만 '안녕히 가세요.' 말을 해야하는데, 아직도 나는 그 말을 못하고 '가지 마세요.'라는 말을 되뇌고 있다. 마지막까지 나는 이렇게나 이기적이다.
어린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 했다. 수표를 만들 때도, 백성들이 측정치를 보고 홍수나 가뭄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던가. 이집트에서는 나일로미터를 만들 때 권력층만 이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똑같은 발명품이라 해도 하나는 백성들의 생활을 돕고자 했고, 하나는 권력층의 힘을 강화하는 데 사용했을 뿐이다. 훌륭한 지도자란, 백성을 위하고 사랑하는 동시에 어린 백성을 깨우치기도 해야 한다. 이 시대에는 국민이 왕이라지만, 왕이라고 해도 모든 국민이 눈을 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눈을 감고 살고 있다면, 그를 깨워 진실을 보도록 하는 것 또한 지도자가 할 일 아닌가. 사람들은 유시민을 두고, 거만하다고 말하고 삐딱하다고 말하지만 저자로서의 유시민은 한없이 친절하다. 정치와 경제와 역사를..
사람은 저마다의 즐거움으로 살아야 한다. 유흥을 즐기면서 살자는 뜻이 아니다. 때론 몸이 아프고 힘들고 그래서 고되더라도 살아있길 잘했다, 하는 단 맛 같은 것을 느끼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무의미한 하루하루가 모이면 무의미한 인생이 되고 만다. 잘 알면서도 아직도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용기가 없어서만은 아니다. 그보다도 이것이 혹시 도피가 아닐까 두려운 이유이다. 어쩌면 조금 더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안빈낙도의 삶인 양 착각할까봐 나는 내가 무섭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건 쉬워도 나를 속이는 것은 어렵다. 그렇게 착각으로 살다가는 오래지 않아 나를 미워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하루, 를 생각으로 보내지만 그 다음 하루, 는 잊힘으로 보낸다. 신념을 지키면서 사는 이들이 훌륭한 것은 그들이..
유시민을 생각한다.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던 날이다. 그가 가는 마지막 길을 보기 위해 거리로 나온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 위로, 숨막히는 더위와 쟁쟁한 햇볕이 사정없이 쏟아진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쓰러지는 5월의 오후. 그 속에서 검은 정장 차림의 한 중년 남자가 맨바닥의 계단턱에 주저앉는다. 또 누군가 탈진했구나, 생각하며 돌아보면 낯설고도 익숙한 그 얼굴은 다름아닌 유시민이다. 유시민. 친노파의 핵심. 노무현을 사랑했고, 노무현으로부터 사랑받은 남자. 언제 어디서나 노무현의 편이었고, 노무현을 지키기 위해서 정치판에 뛰어든 노무현 지킴이. 그런 그가 노무현을 잃고 거리에 주저앉아 있다. 유시민을 발견한 사람들이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생수를..
비가 내린다. 불면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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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시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때로는 사무친다.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한다. 마음은 종종걸음으로 앞만 보고 달린다. 하지만 정말, 내가 그래도 되는 것일까? 나는 한 번도 내가, 다른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특별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다르다는 것일 뿐이다. 나는 다르게 태어났다. 그리고 다른 세기를 산다. 나는 비등점이 낮은 인간이다. 그것은 그저 분노를 다스릴 줄 모르는 이유다. 하지만 그 사람은 다를 거라 생각한다. 그 점에 마음이 움직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진심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내 마음에는 늘 의심스러운 데가 있다. 비가 오고 우울해질 것이다. 버스를 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