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무도 모른다 (1407)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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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새벽 두 시, 퇴근을 하고 딱 다섯 시간 잠을 잔 후, 아- 오늘도 역시 일하러 가기 싫다! 생각하며 겨우겨우 출근했는데, 내 로스터는 보기 좋게 지워져 있다. 어느 새 유니폼까지 갈아입고 나온 나를 보며, 안나가 웃으며 하는 말. "다안~ 너 왜 네 로스터 확인 안 했어. 너 오늘 off야." 물론 난 내 로스터 확인을 했다. 그러니까 어제 말고 그제. 로스터를 매일 매일 바꿀 필요까지는 없는 거 아냐? 게다가 엘렌은 어제 내가 퇴근할 때, 분명 내게 잘 가라며 손까지 바이바이 흔들었는데, 왜 내 로스터가 바꼈단 말은 안 해준 거야? (내가 요즘 성질 부린다고 복수한 게 분명하지!) 어쨌든 이미 이렇게 된 거, 내가 일을 하겠다고 우길 필요도 없어서, 그냥 허무하게 하하하 웃었다. "괜찮아, 안..
01. 출근을 해, 플롯을 받기 위해, 바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프랭크가 말했다. "아, 단. 잘 왔어. 지금 전부 다 디자스터야." 그런 프랭크에게, 말없이 letter를 내밀자 프랭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는, 내 레터를 펴서 읽어보지도 않았고, 그래서 내가 왜 떠나야만 하는지 알지 못한 프랭크는 그 날 내내 나에게 싸늘하게 굴었다. "Dan, go away from me." 언제 마감을 할지, 마감 후 무엇무엇을 챙겨야 할지, 늘 내게만 말을 하는 프랭크가, 하루종일 나를 단 한 번도 부르지 않고, 대신 질문이 있어 찾아간 나에게, 잘 들리지도 않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하는 걸 들으며, 조금 서운해졌다. 내가 왜 떠나야만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떠나야만 하는 내 심정이 어떤지 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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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가끔, 잠에서 깨서, 몇 번쯤 눈을 깜박이며, 생각을 하곤 한다. 여긴 어디지?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사람들은 여전히 나에게 똑같은 걸 묻고, 나는 매번 똑같은 대답을 하는 것이 지겨워져서, 이제는 마음 내키는 대로 대답을 하며 산다. 그리고 다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며 사는 건 중요한 걸까. 거짓을 말하면 내 진심이 사라지는 걸까. 02. 내가 십여 년간 모았던 천여 권의 책. 그 책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모르지는 않으면서, 그 책을 모두 다 베트남으로 다 가져가겠다는 언니. 갑자기 삶이 더 의미가 없어졌다. 나를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게 했던 존재가 사라졌으니까. 03. 예전엔 외로워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외로움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04. 너를 ..
내가 얼마나 나쁜 년인가 하는 것을 모르는 척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서운해하는 나를 비웃으며, 올해도 한 해가 간다. 내가 처음 스스로를 보면서 나이가 들었다, 고 느낀 것이 십 년 전의 일이라 해도, 사실 난 지난 십 년 동안 스스로를 늘 어린아이쯤으로 여겨왔다. 그러니까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철이 든, 똑똑한 어린아이 정도. 자, 이제 여기서 유년기는 끝났습니다. 라는 느낌으로 그 사실을 갑자기 깨달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다 자란 아이인양 굴어왔지만 실은 그 동안 단 한 번도 나 스스로를 어른으로 느끼지 않았다는 걸. 그 사실을 깨닫게 해주어서 나는 ‘류블랴나’가 좋았다. 아니, 류블랴나가 좋아서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건가. 아니면 그냥 이 두 가지 사실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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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스물여덟 살이던 하하가, 서른일곱이 되어서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조금 울고 싶어졌다. 9년 전의 내가 떠올랐고, 그리고 지금의 또 내가 생각이 났으니까. 02. 무한도전과 함께 했던, 어떤 시간들. 정말로 슬프고 우울했을 때도 늘 나를 웃게 해주었던 어떤 사람들. 03. 그리고 나는, 하하를 예뻐하고 유느님을 사랑하는 형돈이 팬이지만.진짜, 가끔씩, 너무너무 홍철아, 보고 싶다.
01. 결국 잘츠부르크와 할슈타트를 포기하고, 빈에서 바로 류블라냐로 가기로 했다. 더는 오스트리아 철도청과 싸우고 싶지 않아! 3시간 가는 데 80유로씩 지불하고 싶지도 않아! 그래서 깔끔하게 잘츠와 할슈타트를 날려버리고 나니, 내 여행 루트가 어쩌면 이다지도 깔끔해 보이는지. 02. 이럴 때, 결국 성격이 나오는 거다. 난 집착 강한 사람인데, 왠지 포기할 땐 포기도 엄청 빨라. 그래서 기차를 타고 잘츠부르크에 가서 다시 기차와 기차를 갈아타고 배까지 탄 후에 할슈타트로 들어가는 여정은 깔끔하게 포기. 그냥 빈에서 버스 타고 휭~ 류블라냐로 가기로 했다. 물론 8시간 45분을 버스에 갇혀 가는 것이니, 이 또한 편한 여정은 아니겠지만. 괜찮아, 나는, 터키의 반에서 이스탄불까지 24시간 버스도 타 본..
01. 빌어먹을, 오스트리아 철도청. 내가 이걸, 이틀째 붙잡고 있는데 정작 예약된 건 하나도 없어. 빈이니 잘츠부르크니 할슈타트니, 이쁘면 얼마나 이쁘다고. 유럽에서 기차 한 번 타기가 왜 이리 어려워! 02. 마음 같아서는 잘츠부르크, 할슈타트 다 포기하고 빈에서 그냥 류블라냐로 비행기 타고 가고 싶구나. 03. 그러고보면 내가 원래 욕을 안 하던 사람인데, 고갈티에서 일하면서 영어가 는 게 아니고 욕만 늘었어. 난 원래 나의 단점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컴퓨터 붙잡고 앉아서 5분에 한 번씩 fuck... 이라고 혼잣말하는 나는 별로 안 사랑스럽구나. 04. 하지만, 일단 이 오스트리아 철도청 문제를 해결해야 비속어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이게 이렇게 나를 괴롭힐 줄 알았으면, 그냥 인터레일 ..
01. 이제 와서, 깨달았다. 내가 in과 out을 바꿨다면, 그러니까 내 루트를 거꾸로 돌았다면, 이 모든 고민의 2/3쯤은 하지 않아도 됐을 거란 걸. 그러니까 내가 왜, 두브로브니크에서 out할 생각을 했단 말인가. 길다랗게 생긴 크로아티아의 제일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데다가, 한 나라인 주제에, 두브로브니크 바로 앞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끼어들어서, 한 나라 안에서 버스 타고 이동할 때도 두 번이나 국경을 넘어야 하는 괴상한 도시.이 도시 때문에, 크로아티아에 한 번 들어가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다는 사실을, 난 여행 계획을 다 짜고, 크라쿠프로 가는 비행기표까지 다 사둔 후에야 깨달았다. 베니스에서 더블린은 60유로, 자다르에서 더블린은 91유로인데, 어쩌자고 두브로브니크로만 들어가면 ..
01.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비키가 나에게 한 마디 말조차 하지 않는 것은. letter를 낸 이후, ‘너 대체 왜 그만두는 거야?!’라고 처음 물어온 것은 레스토랑의 코니였다. 내가 그만둔다는 걸 어떻게 저 여자까지 알았을까, 싶어 나는 대답 대신 웃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며칠 후, 라운지에서 일하고 있던 나를, 갑자기 붙잡은 건 도네였다. “단, 너 그만둬? 응?”“응.”“왜? 대체 왜? 나는 너 그만두는지도 몰랐어.”“정말?”“응! 아무도 나한테 얘기를 안 해줬다고!”“나 지난주 수요일에 비키한테 그만둔다고 말했고, 금요일에 프랭크한테 레터 냈는 걸.”“그런데 세상에 프랭크가, 그 레터를 아무한테도 안 보여줬어. 마치 네가 레터를 안 낸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
01. 넉달 반을 일했는데, 사년 반을 일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고갈티에 오기 전에는 내가 아일랜드에서 뭘 했는지, 죄다 잊어버린 것 같다. 02. [비키,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응.][나, 곧 그만둘 거야.][오, 안 돼, 단. 노노, 나한테 그런 이야기 하지마.] 피곤하고 지친 비키의 대답. [프랭크한테 말해.][응?][아니야. 아니, 그래. 어쨌든 너 글로 써서 레터를 내.][나도 알아. 그럴 건데, 그냥 레터 내기 전에 너한테 말하고 싶었어.][그래, 알았어. 하지만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레터로 써서 줘.] 피곤하고 지쳐서, 짜증스러운 비키의 대답. 나는 그런 비키에게 서운한 걸까? 아니, 나는 비키가 그럴 거란 걸 모르지는 않았지. 03. 최소 두 명이서 마감을 하는 게 정..
01. 토요일 저녁, 나는 다음날 또 오픈을 해야 하는데 자정이 넘도록 집에 갈 수가 없다. 프랭크가 이번에도 또,제니퍼와 루페와 엘레노라 세 명을 동시에 다 집에 보내버렸고, 그런데 하필이면 제니퍼와 엘레노라는 일요일이 day off 이고 루페 역시 일요일 늦게 일을 시작하는 멤버라,셋 모두 토요일 마감 멤버였고, 하지만 그 셋이 모두 다 집에 가버렸기 때문에, 대신 다음날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 나와 라리사와 마리아가 늦게까지 일을 해야만 한다. 그래도 다음날 10시 30분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 나는 새벽 1시에 퇴근을 하고, 다음날 12시 30분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 라리사와 마리아가 새벽 4시 마감까지 일을 했다는 이야기는 다음날 들었다. 이렇게 프랭크는 고갈티의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든다. 프랭..
01. 내가 뭘 하고 싶었는지 잊어버렸다.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도 잊어버렸고.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도 잊어버렸다. 내가 예전의 나를 싫어했던가?결국 나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걸까? 02. 재미가 없어졌다. 비키의 웃음도, 도네의 총애도 의미가 없어.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면 이 지옥 같은 고갈티마저 추억이 되겠지.시간의 아이러니.과거가 되고 나면 모든 게 다 그럭저럭 괜찮게 느껴져. 03. 그런 점에서, 내가 아일랜드에서 만난 최악의 일은 너를 만난 것이었다고,이제와서 생각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네가 과거가 되지 못한 거야.
01. 오랜만에, 메인바를 떠나 레프트뱅크에서 일을 하던 지지난주 금요일의 일이다. 내 테이블은 그럭저럭 다 정리가 잘 된 상태여서, 어디 거들 일이 없나 주위를 둘러보다가 비키가 다섯 잔의 캭테일을 만들고 있는 게 보여, 그걸 메인바에 가져다 주려고 비키 앞에 섰는데, 갑자기 비키가 물었다. "How are you?" 비키는,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고갈티 최고의 매니저이고, 사실상 거의 유일한, 매니저다운 매니저이지만, 사실 그리 친절하거나 다정한 성격은 못된다. 도네는 요즘 나를 보면 늘 반갑게 인사를 하지만, 비키는 그 날 처음 만나도 늘 보는 둥 마는 둥, 데면데면 대하고 마는 사람. 그런 비키가, 그 날 처음 마주친 것도 아니고, 몇 번이나 서로 지나친 마당에 갑자기 'How 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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