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198)
청춘
정말이지 엄청난 사실이다. 이게 다 내가 선택한 거였다니.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모든 것, 지금 내가 처해있는 이 모든 상황, 이것들이 전부 다 내가 선택한 거였다니. 그런데도 난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라울이 아니라구요. 호나우딩요가 라울의 얼굴을 때렸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라울은 끝까지 호나우딩요를 한 번 밀치지도 않았어요. 자기 얼굴을 때리는데 그 정도 발끈도 못합니까? 그런데 어째서 라울에게 경고를 주냔 말입니다. 심판이 라울을 때리는 호나우딩요의 손을 못본 것뿐이잖아요. 네스타는 무슨 네스타입니까. 라울은 무슨 라울이냐구요. 경고를 받아야 할 사람은 호나우딩요였습니다. 감히 얼굴에 손을 댔는데, 아무 잘못도 없는 라울을 때렸는데, 퇴장을 시켜도 할 말 없는 것 아니냐구요. 그런데 멀쩡하게 웃으면서 경기를 끝내게 만들다니. 메시한테 밀려나 바르셀로나에서 쫓겨난 주제에 그렇게 웃고 있는 것 따위 봐줄 수가 없습니다. 그나저나 이것들은 골을 안 먹겠다는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새파란 어린 애한테 한..
중요한 건 진실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내가 즐거운 글을 쓰면 된다. . . . . .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걸. 그런 게 현명한 것인 줄 알겠지만, 실은 비겁하기 그지 없는 사람. . . . . . 어쩐지 쿤이 구사하는 동글동글한 한국어가 듣고 싶다. 그립구나. 사라져버린 쿤보이와 우리 탼성이.
이제 알겠다! 그래, 말이야. 이제 알겠어. 정리를 하게 될 거라 그랬지? 난 그래서 이거랑 저거를 정리하는 건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이제 알겠어. 이제 좀 감이 와. 그런 건 정리를 하고 말고 할 것도 아니었고, 그보다는 그거랑 그거지. 그러니까 그쯤은 되어야 정리라고 할 수 있는 거거든. 가끔 보면 나는 참 무뎌. 그리고 매우 예민하고 아주 소심하지만, 실은 가끔 독해. 나도 나를 잘 알아. 그때 교실 뒤에서 정민이가 소리를 쳤을 때, 그때 내가 알았어. 그 소리가 왜 그렇게 듣기가 싫고 그래서 마음이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나는 인상을 썼어. 그리고 내가 서울로 오기 전에 어째서인지 정민이는 나한테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에는 빨리 도착하게끔 하는 우표가 몇 장이나 붙어 있어서 그래서 언니가 그랬..
4주째다. 주말마다 대전이 지는 걸 보고 있다. 그런데도 보면서, 너희들은 참 사랑스럽구나- 라고 생각했으니 할 말 다했다. 뭐 내가 이기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루니나 집이가 또는 박성호씨가 골 하나만 넣으라는 거였는데 그것조차 안 해주다니. 이토록 비싸게 굴지만 그래도 난 요즘의 대전 시티즌이 마음에 든다. 싫어하는 감독도 없고 싫어하는 선수도 없다. 이기든 지든 한결같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드디어 이 팀이 다시 내 팀 같다. 맥주 한 캔을 마시고는 취기에 넘어가버렸다. 결국 9시에 자서 2am에 기상. 덕분에 오랜만에 레알 경기를 보았는데, 주장님께서 두 골이나 넣어주셨다. 역시나 훌륭한 우리들의 주장님. 이제 발렌시아가 바르샤를 한 번만 잡아주면 다시 동점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소설이 있다. A4 열장 정도의 짧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가장 여러번 읽은 사람은 나일 것이며, 이 소설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나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다가, 문득 그래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미래는 불투명하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전혀 예측을 못하고 있는 불안한 청춘이다. 그럼에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소설을 가질 수 있어서 조금은 행복하다. 행복, 하다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요즘은 가끔씩 이렇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스스로 행복을 발견한 사람이다. 이 행복을 깊은 곳에 숨겨놓고 불행한 생각이 들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꺼내볼 것이다.
이건 손에 쥐고 가야해요? 아니면 버리고 가야 해요?
가슴이 뛰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그것이 도피처를 마련하려는 핑계가 아닐까- 하고 나 자신을 의심한다. 즐겁게 사는 것. 그것은 노력이기도 하겠지만 기질이기도 하다. 나는 웃음이 많고 명량한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즐겁게 사는 것은 어쩐지 힘들다. 바람이 불고, 겨울이 온다. 오른손과 왼손에 동시에 오렌지를 쥐었던 것처럼, 두 손에 든 오렌지를 동시에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랍스타와 치즈파우더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난 후에 생각이 나는 것은 한강의 불빛과 비 내리는 버스 정류장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좀 쉬고 났더니 일이 밀렸다. 덕분에 며칠째 일찌감치 출근해서 숨 한 번 제대로 안 쉬고 일했는데, 퇴근할 때쯤이면 여전히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래서 월요일엔 너무너무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그랬는데, 오늘은 또 그러려니 하면서 돌아왔다. 바빠서 정신이 없긴 한데 예전처럼 우울해하지 않고 그럭저럭 감당해내는 것 보면 좋은 의미로든 그렇지 않은 의미로든 나는 조금 철이 들긴 했나보다. 어제 저녁엔 컴퓨터가 또 문제를 일으켰다. 처음엔 하드 하나를 인식 못 해서 재부팅을 했더니 이번엔 부팅 자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괴로워하고 있자니 마침 집 앞에 온 룸메이트의 남자친구가 후다닥 급하게 해결을 해 일단 부팅은 된다만. 그래도 불안하니 다시 돌아와서 해결을 해주기 전까진 웬만하면 데스크탑 대신 넷..
[이제 알겠다.] [뭘요?] [마음만 먹으면 뒤도 안 보고 갈 거라는 걸.] 그런데도 나는 말해줄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기 위해서 그 거리를 얼마나 수없이 걷고 또 걸었는지. 그 길을 걸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외롭고 슬프고 눈물났는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자주 주저앉고 울고 모두 다 그만두고 싶어했는지. 당연히 좋아하니까 그랬죠. - 좋아하지 않으면 그랬을 리가 있겠어요? 그것이 꿈이고 착각이고 환상이라고 해도, 실은 나도 조금은 안다. 그것이 또 때로는 진실이었다는 걸. 그러니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미워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모든 게 다 내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때 혼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생각했어요. 그 후로도 여러번 아무렇지 않은 ..
우연히 하드를 뒤지다가 알았다. 내 하드 속에는, 99년부터의 김은중 영상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는 걸. 지금은 서른이 넘은 김은중이다. 그 김은중이 채 스물이 되기 전에 이동국과 아시아를 제패하던 시절의 경기 영상이 나에게 있다. 01년에 FA컵 우승컵을 들던 김은중의 영상도 있고, 01년에 포르투갈로 전지훈련을 떠났던 이관우의 영상도 있고, 02년에 울산에게 세 골을 내리넣으며 FA컵 결승전에 오르던 영상도 있으며, 한 경기만 더 이기면 2년 연속 FA컵을 손에 쥐는 거라며 욕심을 드러내던 김은중의 인터뷰 영상도 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대전 시티즌을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대전 시티즌을 가장 사랑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드는 03년의 대전 영상들. 그 시절의 대전 시티즌 ..
이승철의 소리쳐. Dido의 Life for rent. Santana의 Smooth. 은지원의 Dangerous. 서태지의 하여가. 한때 무척이나 여러번 들었던 노래들을 오랜만에 듣고 있다. 이 노래들은 오랜만에 들어도 여전히 아주 좋아서, 노래라는 것은 참으로- 라고 잠깐 감동스러워 했다. 노벨 평화상이 버락 오바마에게로 돌아갔다. 이 사람을 좋은 눈으로 보고 있지만, 노벨 평화상이라니 어쩐지 좀 놀라운 기분이다. 날이 많이 추웠다. 직장에 매인 몸, 어쩔 수 없어 같이 하진 못했지만 쌀쌀한 밤기운에 여사님도 첨맘님도 감기에 걸리지 않으셨기를. 아, 오늘 을 읽다가 만난 마음에 드는 구절. "인생은 단 한 번 뿐인 데다가 너무나 짧아. 그러니 시간을, 젊음을 낭비하지 마. 네 마음을 끄는 무엇이 어딘가..
문득, 지하철을 갈아타다가 이렇게 도망치길 정말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몃 혼자 웃었는데 또 그러다 문득 내가 대체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래서, 그래서 나는.
01. 그래서 그 다음엔 뭐할래? 내가 물어놓고 내가 답을 못한다. 성실하지 못한 마음. 비겁한 마음. 무책임한 마음.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하는 마음. 쉽게 지치는 마음. 오만한 마음. 이런 내 마음. 그래도 괜찮아. 그래도 사랑하니까. 02. 어이, 거기. 니네 다 일루 와봐. 모조리 죽여주마. 추석 특집 선덕여왕을 보다가, 1부 마지막에 짜잔- 하고 등장해 저런 대사를 날리던 비담 때문에. 음음음, 결국 2부도 챙겨보고 말았다. 오늘 살생 무지하게 하겠네. 또 야단 듣겠다. 그러니까 이것은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식이 이후로- 오랜만에 나를 설레게 하는 드라마 속 남주인공이구나아. (어쩌면 조연인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결국 난 이대로 비담에게 항복하고 말 것 같은 기분이다.
클래지콰이의 speechless. 그라나다는 스페인어로 석류꽃이란 뜻이라지. 도시가 석류의 모양을 닮아서 그런 이름을 가졌다지. 떠도는 마음. 집시. 보헤미안. 아니아니, 나는 히따노. 오늘도 깜빡하고 메일에 답을 하지 않았다. 아주 자주, 너를 원망했는데- 거짓이 아니라면 그럴 수는 없는 거라 생각했는데- 너를 알고 나서야 마주친 나는, 어쩌면 이렇게나 똑같이 무심하고 똑같이 제멋대로인 건지. 세비야로는 갈 수 없다. 왜냐하면 이번 시즌에도 발목을 잡은 건 세비야니까. 40년 만의 하모니카. 들을 수 없는 연주.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나 스스로 잊게 되겠지. 좌절하지 않기. 탓하지 않기. 냉소적으로 굴지 않기. 잊어버리지 않기. 꿈꾸는 만큼만 이루어져라.
가을이다. 다시 또 다음해를 생각한다. 나이가 든다는 게 두렵다기보다는,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여전히 내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진실로, 상상력을 없애면 두려움도 없앨 수 있을까. 매일매일 변하는 마음. 나는 어디로 걸어가야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까.
01. 어쩐지 집에 모기가 많다. 윙윙 소리도 내지 않고 날아다니고 크기가 꽤 큰데도 아프게 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신경을 끊기엔 부쩍 그 수가 많아져서, 어딘가 모기가 들어올 구멍이 있는 건가 한참을 살폈다. 하여 현관문을 다시 닫고, 거실문을 닫고, 욕실문과 각방의 창문까지 꼭꼭 닫았건만 여전히 모기가 많다. 혹시 어떤 모기가 우리집에서 알을 까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 많은 모기가 어떻게 우리집에 존재하게 된 걸까. 02. 오후에는 친구들이랑 야구를 같이 보았는데, 초반부터 롯데는 실책을 거듭하며 어이없는 점수를 내주었다. 살림꾼의 자리가 백프로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게 결국은 이렇게 테가 난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롯데 가을 축구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안타까운 마음..
Arab strab의 Here we go. 정말이지 이 노래는 살짝 미치도록 좋다. 이 노래에 관한 일화. 중국에서 살던 시절의 일이다. 친구랑 음반 매장에 들렀는데, 이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나는 이 노래를 듣자마자 마음에 들어서 매장 주인에게 이 노래가 담긴 CD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주인은, CD가 한 장 밖에 없다며 팔 수 없다고 했다. (그 사람은 외국에서 자기가 직접 CD를 사와서 모으는 사람이었는데, 자기가 팔 건 팔고 그렇지 않은 건 팔지 않았다.) 그래서 난 조금 슬펐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뷔요크의 CD를 사갔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다시 그 매장에 들렀다. 사실 내가 자주 가던 곳은 아니고 친구가 자주 가던 곳으로 난 그 날 딱 두 번째로 가는 거였는데 내가 매장에 들어서자..
고향에 내려가 있던 중, 마침 생가 완공식이 열린다는 걸 알았다. 밀양에 가기로 되어 있던 날이라 잠깐 망설였지만 곧 일정을 바꿔 봉하를 찾았다. 봉하를 찾는 날마다, 하늘이 새파랗고 햇볕이 눈부시다. 봉하는 40여 가구 밖에 살지 않는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건물이 많지 않다. 때문에 햇볕을 피할 곳도 많지 않은 곳. 차에서 내리자마자 금세 덥다는 생각이 확 밀려오는데, 그 더위를 식힐 곳을 찾을 수 없다.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 이제는 평화롭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봉화산. 더위를 참고 느린 걸음을 걷고 있자니, 마련된 의자마다 묶인 노란 풍선이 보인다. 노란 풍선 저쪽으로 사저가 보이고 사진 속에서 왼쪽으로 생가가 보인다. 사회를 명계남씨가 맡았는데, 노통이 그리 되신 이후 저 분 표정은 볼 때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