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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01. "내가 이런이런 사람이니까, 그냥 네가 이해해주면 안 돼?" 라고 말하는 건 얼마나 순진한 행동인가.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 다들 그냥 "이런이런 상황에서 왜 그렇게밖에 말 못하는 거야? 왜 그렇게밖에 행동하지 않는 거야?" 라고 야단치고 화를 내고 토라진다. 그러므로 노력 없이 관계를 이어나가겠다는 건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인가. 나는 바보다. 그리고 겁쟁이인지도 모르겠다. 02. 친구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니까, 미흡하더라도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 서툴게 굴고 있지만, 사실은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관계를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나, 이렇게 이기적이고 신경질적인 인간인데 원하지도 않는 관계를 이어나갈 리가 없지 않은가. 03. 음음. 알았다. 나는 대부분의 타인에..
01. 다시 또, 승리했다. 네 골이나 넣었고, 드디어 배기종의 골도 보았다. 완벽한 어시스트도 있었고, 정성훈의 세 경기 연속골도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좋아야 할 만큼 좋지는 않았다. 대전이, 좋다. 좋아하고 있다. 푸른 불빛의 아레나를 지나쳐오며 다시 한 번 더 생각했다. 좋아하고 있다. 정말로 좋아하고 있다. 02. 하지만 이관우를 생각하면, 아직도 허탈하다. 미워하고 있다. 그리고 허탈하다. 덩달아 조금, 김은중이 미워졌다. 그래, 확실히 미워졌다. 그리고 허탈하다. 김은중을 미워하는 일, 많이 허탈하다. 03. 분명히 연상 취향인 내가, 한번도 연상 애인을 만든 적도 없고 연상의 남자를 좋아해본 적 조차 없는 이유가 문득 궁금했는데 어쩌면 그것은 충고를 절대로 들을 수 없는 내 기질..
* 괜히 업그레이드 시켜봤지만, 달라진 게 거의 없음. Question·1 당신의이름, 성별, 생일은? ***, 여, 양력으로 2월 3일 Question·2 살고 있는 장소는? 서울 Question·3 축구는 하는 파? 보는 파? 보는 파 Question·4 K1으로 좋아하는 팀은? 대전 시티즌 Question·5 그 이유나 계기는? 둘 다 나도 모름 Question·6 K2으로 좋아하는 팀은? 특별히 없음. Question·7 그 이유나 계기는? 역시 없음. Question·8 외국에서 좋아하는 나라(대표), 팀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Question·9 그 이유나 계기는? 스페인은 라울의 나라이기 때문이고, 스페인 남자들은 아름답기 때문. 레알 마드리드는 좋아하는 선수가 있어서 좋아하게 되었고 ..
을 보다가, 한순간인 건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순간인 것이다. 손을 놓친 한순간. 그 순간 때문에 결국 죽고 다치고 울었지 않는가. 우리가, 서로의, 손을 놓친 그 한순간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 하하하, 라고 나는 웃고 있다. 봐다오. 이렇게 웃으면서 잘 살고 있는 나를.
빗소리에 깼다. 분명 해가 떴을 텐데, 방 안이 어두웠다. 일어나서 불을 켜고 시간을 확인했다. 정오가 지나 있었다. 일찍 일어나기로 했었는데, 이미 늦어버렸다. 슬쩍 밖을 내다보니 누가 물을 세상으로 내다붓고 있는 것처럼, 빗줄기가 그랬다. 드셌고, 시끄러웠다. 이런 빗소리는 즐길 것조차 못되는군, 생각을 하며 창문을 닫았다. 하루종일 시끄러울 게 뻔하다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예상대로 하루종일 두두둑 거리는 소리에 머리가 아팠다. 전화가 울렸다. 한 통은 아빠. 한 통은 좋아하는 언니의 것이었다. 아빠는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이라고, 큰 언니가 한국에 들어온 것 아느냐고, 곧 밀양에 한 번 오라고 말씀하셨다. 비가 많이 오지만 집은 멀쩡하고, 언니는 아직 만나지 못했으나 곧 연락 오지 않겠느냐고, 8월..
글에는 꼭, 심오한 주제가 있어야 하는 걸까? 모르겠다. 내가 하루종일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나는 흡연자다. 특별히 정해진 양은 없지만, 보통 이틀이나 사흘에 한대쯤 핀다. 계속해서 안 피게 되면 어떤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다. 가끔은 2~3주씩 안 피기도 한다. 금연해야겠단 생각에서라기보단 그냥 담배를 피고 싶단 생각 자체가 안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왜 끊지 않느냐 하면, 가끔은 또 피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하루에 2~3대씩 피기도 하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괜찮다가도 마음이 자꾸 침울해진다. 축구는 물론 공놀이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현재 그 공놀이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그것에 이런저런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많이 좋아하니까. 원래 좋아하는 것에는 영향을 받기 마련이니까.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 ..
01.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면, 웃고 떠들 수 있으니까 우울한 것도 잊을 수 있다. 화는 나지만 최소한 우울하진 않은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과 모두 헤어진 후 혼자 남게 되면, 그 때부터 잊었던 우울함이 살아난다. 스물스물 심장으로부터 기어나와 손가락끝, 발가락끝까지 점령해버리는 것이다. 나는 그런 우울함에 점령당해 기력을 잃었다. 기력을 잃었기 때문에 앉아있을 힘도 없어, 무작정 침대에 누웠다. 전날 저녁에 긴 잠을 잤기 때문에 쉬이 잠이 오지 않는데도 계속 뒤척뒤척거리며 누워있기만 했다. 여러가지 자세를 취해보았지만 어떤 자세를 취해도 불편했다.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고도 생각했지만,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고도 생각했다. 생각 따위 꺼져버려! 라고 소리치고 싶었던 것이다. 생각이란 것 해봤자 머..
팀이란 대체 뭘까. 선수도 아니고 구단도 아니다. 그렇다면 몇몇 선수들과 코칭스탭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팀일까? 그런 거라면 내가 좋아하고 있는 이 정체는 무엇이지? 이미 늦었다. 다 늦은 일이다. 날카로운 칼로, 나의 이 한심한 모든 점들을 쓱싹쓱싹 잘라버리고 싶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깨버렸다. 가만히 앉아있자니 두통이 밀려온다. 나도 내가 화를 내는 일이 부당하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부당함에 대해 설명하려 들면 어쩐지 답답해진다. 창문을 열어본다. 빗소리가 들린다. 시원한 공기도 들어온다. 이 답답함도 괜찮아질 것이다. 언제나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기 마련이니까. 영원한 것은 팀뿐이다. 그렇지만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게 아니다. 때로는 알고 있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있다. 하나하나 설명을 하자면, 납득하지 못할 것이 없다. 그렇지만 납득한다고 해서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란 게 그렇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계속 잃었다, 고 생각이 든다. 이 ..
그냥, 마음이 조금 어지럽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데 마음이 늘 그런 거지, 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실은 생각하던 게 있었는데 말로 하고 나니 일기로 적기가 힘들어졌다. 왜? 라고 묻고보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냥 그렇다. 어떤 사람을 싫어하느냐 하면, 자기 생각을 표현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다. 싫은 것을 싫다, 화가 났다는 것을 화가 났다, 불만인 것을 불만이다, 라고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사람마다 조리있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르니까,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괜찮다. 그렇지만 그 말을 할 용기가 부족해서, 그로 인해 일어날 상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한다는 느낌 때문에, 정작 제 마음을 제대로 전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싫다. 내가 옳고 상대방이 그르..
01. 가위손을 보다가, 너무 답답해서 영화를 꺼버렸다. 시간을 보니 아직 20분쯤 남아있던데 그걸 다시 어떻게 봐야하나. 불쌍한 쪽, 잘못이 없는 쪽, 아무것도 모르는 쪽이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는 영화 만큼 답답한 것이 없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줄 알았다면 아마 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을 들여 언제나 이런 식으로 유쾌하지 않은 일만 하는 것. 내 습성이긴 하지만 오늘은 마구 짜증이 난다. 02. 그 사람이 나보다 어른이고, 내가 그 사람을 나보다 지혜롭다고 느낀다 해도, 나는 그 사람의 충고나 조언을 들을 수 없다. 이런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대체 내가 왜 화를 내고, 설명하려 들지 않고, 막무가내로 굴고 있는지, 그런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
01.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 꼭 30분쯤 지났을 때 잠이 온다. 자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잠들어버릴 때도 있고 안 되겠다 싶어 책을 덮은 후에 깰 때도 있다. 원래 썩 공부를 열심히 하는 타입이 아니긴 했지만, 그렇다고 30분도 못 채우나 싶어 조금 한심해졌다. 그래도 오늘은 두 번으로 나누어 공부를 한 덕에 대충 한 시간. 그럼에도 하려던 곳까지 다 못 끝냈으니 칭찬할 수가 없다. 내일은 35분씩 두 번에 도전하자! 02. [꿈꾸는 책들의 도시] 2권을 오늘 마스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역시 못했다. 계획에 없던 영화를 보기도 했고 채팅을 평소보다 오래 한 탓도 있다. 책들의 도시, 란 말이 좋아서 산 책인데 그다지 재밌는 줄 잘 모르겠다. 얼른 마스터해버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
그냥, 헤매다가 돌아온다. 하루가 그냥 그렇게 가버린다. 그렇지만 지금 이런 하루, 불안하다고 느꼈는데 조금 여유롭기도 하다. 몸이 나이를 먹는 중에도 늘 마음이 사춘기 시절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나에겐 컴플렉스였나보다. 마음을 다잡는 건 좋지만,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억지로 살지는 말아야겠다고 충고한다. 이것은 내가 나에게 하는 조언이다. 왜 아무와도 이야기 나누지 않느냐고, 왜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느냐고, 그렇게 물어왔지만 사실 난 누구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뿐이다. 아무도 없다고,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싫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고 싶지 않다. 그냥 나 혼자라도 괜찮다고 믿고 싶다. 이런 마음을 아무도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마음이 툭, 하고 허물어진다. 관계란 것은 그렇..
하나, 둘, 떨어지던 빗방울이 무더기가 되는 것은 잠시다. 귀를 기울이다가 바닥을 차오르는 소리가 시원해지면 괜히 기분이 좋다. 창가로 바짝 다가가보니 내리는 비가 꽤 세차다. 창문으로 빗방울이 튕겨서 들어온다. 문을 열고 나가고 싶어졌다. 하루의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사실은 내가 질투가 꽤 많은 인간이었다고 요즘은 생각한다. 예전부터 그랬던 건지도 모르는데, 최근에 들어서야 깨닫고 있는 것이다. 별로 편한 감정은 아니라서 때때로 괴롭다. 대신에 최대한 공정해지자고 주문을 건다. 질투 때문에 사람을 미워하거나 좋은 사람을 나쁘게 판단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다짐을 한다. 나에게 그런 성향이 숨어있었다. 융통성없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성향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나에게도 그런 성..
탁탁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프림과 설탕이 고루고루 들어간 커피도 좋다. 료짱의 웃는 얼굴을 좋아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손에 드는 것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이 이렇게 많다. 생각을 하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좋아했던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고, 싫어하는 것들에 관대해질 수 있는 너그러움이 여기 있다. 내 심장을 믿자. 사람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을 부끄러워하지도 말자. 두 손이 저려서 가만히 책상 위에 올려놓아본다. 못난 손이다. 하지만 나는 내 손을 좋아하는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이상형을 묻는다. 외모는 전지현이라도 좋고 김태희라도 좋겠지. 그렇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여전히 내가 좋다고 답하면서, 그래 나는 정말 내가 좋구나- 라고 느낀다. 신기한 일이다. 이렇게 나..
01. 비가 내리다 만다. 견우랑 직녀는 잘 만났을까. 02. 생각했는데, 나도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해주는 다정한 아빠가 가지고 싶다. 어린 남자는 이상하게 눈에 안 찼던 거다. 나는 다정한 아빠가 가지고 싶었던 거니까. 03. 시간을 함께 보내주지 않았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비가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비 내리는 소리도 커졌다. 불 끄고 이불 덮고 침대에 누워서, 열어놓은 창문으로 비 내리는 소리를 들을테다. 이 소리. 너무 좋다.
01. "누나, 치렁치렁이 무슨 뜻이에요?" "음... 긴 게 늘어뜨려져 있는 거지." "...긴 게 늘어져요?" "그러니까, 누나가 머리를 풀면 머리가 길어서 이만큼 늘어지잖아. 그게 치렁치렁한 거야." "아, 그럼 누나는 귀걸이도 치렁치렁하겠네요?" "음, 그래 그런 거지." 그래. 나는 머리도 치렁치렁하고, 귀걸이도 치렁치렁하다. 02. 사실 머리카락이 많이 길었다. 긴 머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길면 또 지겨운 마음이 들어서 단발로 자르곤 했는데 이번엔 여름이라 그냥 올림머리를 하고 다니다보니 머리가 긴 것도 몰랐다. 책상 뒤쪽에 전신 거울이 있어, 앉은 채로 우연히 뒤를 돌아보았다가 머리가 꽤 많이 길었다는 걸 알았다. 조금만 더 길면 허리까지도 되려나, 싶어 대충 손으로 감을 잡아보니..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 그 미래에 일어날 일이나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 나는 조금 당황스러워하고 못믿어 하고 견딜 수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을 멈출 수는 없었던 것처럼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을 바꿀 수도 없다. 내 힘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짊어진 채, 남아있는 시간을 그럭저럭 버텨내는 것이 삶의 본질이란 말인가. 아무리 눈을 감고 평화를 얻으려고 해보아도, 이 무력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