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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실의에 빠진 어여쁜 아가씨와 함께, 마을의 도서관을 구해낸 우리들의 잿빛 제비. 그래,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곳은 도서관인 것이다. 어느 마을에서나 가장 소중한 곳은 도서관일 수밖에 없다.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에는, 그리고 허기가 느껴지는 밤에는 읽지 말아야 할 책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책, 일주일간 와 싸움을 펼치느라 고생했던 내게 담백하고 매혹적인 디저트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 처음엔 열 한 명이나 되는(열 명의 회원과 요리시 루시디오) 주요 등장 인물들을 구별해내느라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곧 한 명 한 명의 특성과 그들이 죽을 순서를 파악하고 나면 이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데는 아무런 막힘이 없다. 사무엘이 읊조리는 의 구절들은 모두 훌륭해, 이 고전 안에 저토록 기가 막힌 대사들이 존재했던가- 라고 새삼 놀란다. 그리고 을 다시 읽어봐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마지막으로 사무엘이 읊조렸던 대사를 다시 기억해보자면, "신들은 정당하며 우리가 즐기는 악덕을 우리를 징벌하는 도구로 삼는..
무려 700page가 넘는, 하드 커버 책을 가방 안에 넣고 다니느라 한 닷새 어깨가 좀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너무나 재미있고 맛깔스러워 고생이 고생처럼 느껴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는 1600년대 초반에 발표된 소설이니 무려 400년도 더 된 이야기인 셈인데, 전혀 시대적인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궁금한 것은 전편이 발표되고 10년 후 후편도 발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읽은 완역본은 전편만 다루고 있어 후편의 완역본은 어떻게 구해 읽어야 하느냐 하는 점이다. 2편은 1편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무엇이든 한 번 읽기 시작한 것은 끝까지 읽어야 하는 성미라 돈키호테의 나머지 이야기를 읽지 못한다는 건 무척 답답한 노릇이다. 그런데 아무도 2편을 읽어봤..
모든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든 것은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다. 버지니아 울프를 읽은 사람도, 버지니아 울프를 읽지 않은 사람도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버지니아 울프를 이해한다는 것은 버지니아 울프를 읽은 사람에게도, 버지니아 울프를 읽지 않은 사람에게도.
처음엔 그냥, 만약- 으로 시작하는 재미있는 상상일 뿐이다. 하지만 그 상상이 결국은 인간의 선한 의지나 이성을 흔들고, 내가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결국은 타인을 향해 총을 겨누게 되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니 뭐니 하지만 인간은 결국 그렇게 나약한 동물일 뿐이다.
수많은 편견이, 무지나 좁은 안목이나 이기심에서 비롯된 선입견이, 내 작은 마음 안에도 이렇게나 한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것들을 들어내 버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그래서 꽤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모르는데, 이 작은 마음 안이 아니라 이 나라 안에 가득찬 그것들을 내다버리는 일은 얼마나 어렵고 또 얼마나 긴 시간을 필요로 할까. 괜찮은 사람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열심히 읽고 열심히 생각하고 생각한 대로 행동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그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역시 나 자신이 좋아할만한 사람이 되지 못해서 괴로워질 것이다.
재미있는 동화를 추천해달란 말에, 돌아온 대답이 이 책이어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집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읽는 내내 어째서 이 책이었던 걸까 생각을 했는데, 결국 레슬리가 죽었을 때 울어버렸다. 진정으로 여왕같았던 우리들의 레슬리. 아마 마지막 순간,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조금은 슬펐을 거야.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도, 레슬리는 두렵지 않았을 거야. 지금도 꽤 흡족한 추천이었다고 생각은 않지만, 그래도 레슬리는 훌륭해.
그렇지, 어린 시절 리세는 그곳에 있었지.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리세가, 아버지의 성을 떠나온 리세가, 어느덧 까맣게 레이지를 잊은 듯한 리세가, 그래서 왠지 조금도 좋아할 수 없는 리세가, 여기에 있네. 온다 리쿠의 히로인, 미즈노 리세.
온다 리쿠의 팬 사이트에서 '온다 리쿠의 작품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설문 조사가 이루어졌던 모양인데 그 결과 1위를 차지한 작품이 라고 한다. 만약 내가 그 조사에 참여했다면 당연히 1위는 에게로 돌아갔을 것이고, 2위는 , 그리고 는 3위쯤을 차지했을 것이다. 이 설문 조사가 이루어졌을 당시 '온다 리쿠가 만들어낸 캐릭터 중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에 관한 조사도 같이 이루어진 모양인데 그 결과 1위를 차지한 것이 요한, 2위가 레이지, 3위가 리세로 1~3위를 모두
닉 혼비를 20대 후반에(어쩌면 중반이었던 것도 같지만, 어쨌든.) 알게 된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굉장히 우울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던 10대 후반이나, 극도로 냉소적이었던 20대 초반에 닉 혼비를 만나 이 사람의 책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불운을 겪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란 말이다. 사실 내게는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많지 않다. (로브처럼 나도 좋아하는 작가 Best 5, 이런 걸 적어볼까 생각 했는데 ‘좋아하는 작가’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내가 존중하는 동시에 좋아하며 그 두 가지 감정을 꾸준히 가지고 있는 작가가 신경숙 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는 포기했다.) 도스토예프스키라든가 마르시아 가르케스, 황선미나 은희경, 알랭 드 보통이나 김규항의 책들을 보면 반..
얼마쯤은 뻔한 내용이라도 좋다. 나는 역시, 소년 소녀들이 읽을 법한 책들이 참 좋다.
적어도 요즘은, 삶이라든가 인생이라든가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은 읽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책을, 하필이면 이런 때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분명히 실수다. 물론, 사는 일이 그렇게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진작 알아챘다. 생각해보면 사는 동안 ‘행복하구나.’라고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햇볕이 따뜻해서, 바람이 시원해서, 때로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때로는 가슴이 설렜지만. 그렇지만 어디쯤엔가 숨겨져 있을 법도 한 행운을 만나 ‘행복하다.’고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언제나 삶은 내게 불친절하다는 생각을 해야 했다. 그러니까, 삶에 대해서도 인생에 대해서도 환상이란 건 가질 수가 없었다. 사는 동안 내 인생이 지금과 크게 달라질 거라 생각지 않았고, 행복해지고 싶다..
아아, 재밌다! 재밌다! 무척 재밌다! 이렇게 재미있는 게 다시 나와줄 줄 알고 난 온다 리쿠를 읽고 있었던 것이지. 왠지 다시 뭔가 나올 것 같았다니까. 이 전부일 것 같지는 않았대두. 그러니까 생각했는데 온다 리쿠는 로드 픽션, 뭐 그런 것에 재주가 있는 게 아닐까? 로드 무비를 유난히 잘 찍는 감독이 있는 것처럼(...정확히는 모르지만, 뭐 그런 감독도 있겠지?;) 온다 리쿠는 로드 픽션을 만들어내는 데 특별한 소질이 있는 거란 말이지. 왜 그런 생각을 했냐 하면, 은 그냥 밤새 걷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인데 그게 진짜 재미 있거든. 그런데 도 계속 걷는 이야기니까. 그리고 이 소설도 아주 재밌으니까. 그러니까 그런 생각이 든 거야. 이 작가는 걸으면서 대화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은 정말로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지만. 보통의 온다 리쿠는, 마냥 재미있는 타입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라는 걸 를 통해서 알았다. 무엇보다, 작가가 책 속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신은 어떤 식으로 글을 쓰는 타입이라는 둥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발전시켜서 여기까지 완성시켰다는 둥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로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면서도 또 다시 온다 리쿠의 책을 읽고 있다. 물론, 두 번 다시 안 읽고 싶을 만큼 나쁘지 않았던 탓도 있겠지만 적어도 서너편 정도는 읽은 후에 그 작가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면 작가들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위해서, 큰 만족은 없을 거란 걸 알고 있는 책을 읽는다는 것인데. 그런 것 어쩐지 좀, 우습다는..
다소 지나치다 싶을 만큼의 칭찬을 늘어놓은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취향이란 게 있는 법이고, 하여 정호승 시인에게는 이 책이 아주 아주 괜찮은 책이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정호승 시인의 평은 확실히 과찬이란 느낌이 들었고, 그런 느낌 탓에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어쩐지 조금은 속은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서점에서 청소년 문고 코너를 돌아보다가, 문득 빨간 머리 앤을 발견했다. 그래서 별다른 생각없이 그 책을 집어 들었다가, 사실 난 빨간 머리 앤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이 이야기를 책으로 읽어본 적은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으흠- 그렇다면 읽어볼까? 라는 기분으로 사버린 책. 예전에도 난 앤 셜리를 그다지 사랑스러워 하지는 않았고, 이번에도 그 느낌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역시 즐거운 성장담이라는 건 인정했으니까,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놓았다. 응,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이렇게 오랜 시간 명작으로 남을 만한 가치가 있는, 아주 아주 즐거운 성장담이다.
오랜만에, 1/3쯤 읽고 그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만났다. 그래도 그 마음을 꾹 참고 끝까지 다 읽은 김민숙 만세. 역시 난 책에 대해서만은 무척이나 인내심이 강한 거다. 어쨌거나 기욤 뮈소. 잊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절대로, 절대로, 다시 읽지 않을 테다.
문득 가 다시 읽고 싶었다. 하지만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아서 대신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선택했는데. 역시, 모든 작품을 다 비슷한 정도로 마음에 들게 쓰는 작가란 흔치 않은 법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쓰메 소세키가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거니까. 평생 뛰어넘을 수 없는 역작을 써버린 후에는, 작가들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 알 것 같다고 생각도 해보았는데, 그건 그냥 말 그대로 아주 조금 아는 거니까. 그냥 짐작만 해보는 거니까.
참으로 거대한, 주제 사라마구의 상상력. 바다 위를 떠도는 스페인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스페인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남자들도. 스페인에게나 어울릴 낭만적인 상상이다. 물론, 포르투갈의 작가에게는 다소 미안한 말이지만 말이다.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고, 내 마음도 그녀를 따라갔어, 하지만 나는 내 껍질과 함께 남겨졌어, 그녀를 다시 만나야 했어, 왜 그래야만 하는지 나 자신에게도 설명할 수 없었지, 그래서 그 욕망이 아름다웠던 거야,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잘못이 있을 수는 없는 거란다.] [우리가 살아야만 한다는 것은 치욕이야, 하지만 우리 삶이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은 비극이란다,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다면 한 번은 그녀와 함께 보냈을 텐데. 아파트에 그녀와 함께 남을 텐데, 문에서 도면을 뜯어내고,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롤빵 두 개 주세요,"라고 말하고, "소식이 퍼지기 시작한다네,"라고 노래를 부르고, "하하하!" 웃고, "도와줘요!"라고 외칠 텐데, 그 인생은 정말로 살아볼 텐데.] 두 번을 읽..